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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l 13. 2023

술도 못 끊는데 살은 어떻게 뺄지 말입니다

하나씩 해결한다면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


다이어트 최대의 적은 아무래도 술이 아닐까 싶다. 술이 들어가면 음식을 평소 먹던 양보다 훨씬 많이 먹게 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원래도 한 끼를 푸짐하게 먹어야 만족하는 중독에 빠져 있었을 때는 술 먹을 때 안주를 그렇게 많이 먹어댄다는 체감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살이 많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평균적인 식사량이 줄어드니 술 먹을 때 얼마나 무식할 정도로 음식을 입에 넣게 되는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술은 확실히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 술이 들어가면 평소보다 거의 3,4배 이상의 음식들을 먹어치웠다. 술만 들어오면 배고픔과 배부름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그저 '먹기만' 하게 되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러진 않는다. 술 먹을 때 어느 정도 배가 차면 젓가락 내려놓고 술만 먹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술도 술이지만 술과 함께 먹는 안주도 건강을 해치는 공범인 건 부정할 수 없다.


다이어트에 돌입하면서 술자리가 예정되어 있는 날은 아예 식사를 하지 않았다. 미처 예상치 못한 술자리가 갑자기 생기게 되면 다음 날 식사량을 대폭 줄였다. 술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떤 식으로든 식사량을 조절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음주 전후로 식사량을 조절했더니 최소한 살이 더 찌지는 않았다. 만약 끼니는 끼니대로 다 챙겨 먹고 술자리를 즐겼다면 못해도 1kg 이상씩은 더 찌지 않았을까.


술 먹고 나면 꼭 해장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의외로 본격적인 술자리 안주보다 더 많은 살을 찌우는 게 바로 해장음식이다. 해장은 가뜩이나 술을 통해 들어온 독소들을 처리한다고 바쁜 몸에 추가 업무를 부여하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해장음식은 오히려 숙취해소를 방해하는 악당이라고 생각한다. 해장은 일종의 버릇이자 습관일 뿐이다. 가만히만 있어도 우리 몸은 알아서 회복하게 되어 있다. '숙취'는 몸이 고통으로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 회복하고 있다는 증거다. 온몸이 회복모드에 몰입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음식이 들어온다면 과연 몸이 반갑게 받아들일까.




개인적으로 술부터 끊고 살을 뺀다는 건 현실적으로 승산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의 버릇을 삽시간에 고칠 수 있는 힘이 인간에게 있었다면 다이어트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다이어트 작심삼일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면, 한 번에 하나씩만 해보는 건 어떨까. 술은 술대로 먹더라도 평소 식습관부터 천천히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아마 다이어트 효과를 보기 시작한다면 술자리는 스스로 자제하거나 나름의 술자리 대처법을 세우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눈에 띄게 살이 빠지면 알아서 추진력이 붙게 된다. 결국 살을 빼기 위한 노력이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살이 빠지기 때문에 살을 뺄 수 있는 힘이 생겨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난 단식 시간을 챙기고 신체 감각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꿨더니 10kg를 감량할 수 있었다. 그 외적인 부분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살이 빠지기 시작하니 피부, 건강, 인간관계 등 주변환경까지 자연스럽게 정화되어갔다. 무리하지 않고 초연한 마음을 갖고 살을 빼고자 했던 것도 상당히 큰 효과가 있었다.


술과 다이어트는 공존해선 안 되지만 그 사이를 의지만으로 떼어내려 한다면 오히려 더 찰싹 붙으려는 반항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실패했던 수많은 다이어트는 무리한 멀티태스킹을 시도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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