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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도 때도 없이 가출하는 이유

환경설정의 중요성

by 달보


새벽에 일어나기로 마음먹고 그 기록을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은 집에서만 계속 글을 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집에서 글을 쓰는 게 전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루이틀은 컨디션이 안 좋은가보다, 조금 지쳤나 보다 싶어서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손가락은 무슨 시위라도 하듯이 이전처럼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고 삐걱대기만 하는 느낌이었다. 생각이라는 도로에 차가 한가득 들어 막힌 것만 같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나는 카페로 가서 글을 써 보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그때쯤 동네에 24시간 카페가 생겨나기도 했다. 확실히 카페에서 글을 써 보니 능률이 옛날 과제할 때처럼 많이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카페에서 글을 썼다. 하지만 그런 카페마저도 영원한 나의 안식처는 되어주지 못했다. 사람들과 소음에 둘러싸이는 맛으로 작업하는 게 카페의 장점인데 오히려 그 부분이 가끔은 나를 방해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내가 찾은 대안은 작업공간을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집에서 되지 않을 때는 카페를 찾아가고, 카페가 버벅거릴 때는 집에 가서 글을 쓴다. 요는 한 자리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일단 글이 잘 써질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는 노력을 한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은 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 자신에게 보이는 것과도 같다. 조금 익숙해지기만 하면 게으르려고 하는 내면의 또 다른 나에게 끌려다니는 건 싫었다. 그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아님을 이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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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환경은 중요하다. 사람은 원래부터 집중력이 오래가지 않는다. 의지도 약해빠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세팅도 없이 몸에 집중하는 습도 배지 않은 채 순간적이고 얄팍한 의지 하나로 덤벼드는 건 전장에 지러 나가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자기 자신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웬만큼 준비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 만큼 집중이 잘 되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거나 찾아내야 한다. 그게 나처럼 카페를 가는 일일수도 있고, 방문 하나만 닫아도 괜찮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도 보고 주변 물건을 치워도 보고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그중에서 유독 집중이 잘 되는 환경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환경을 발견한다면 여태껏 본인이 집중력이 약해서 집중을 하지 못한 게 아니라, 주변환경의 방해를 받고 있어서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뭘 해도 오래 하지 못한다고 자신을 자책하기만 했다면, 주변을 정리하거나 장소를 옮겨보자. 환경설정은 상상 이상으로 중요하다. 몰입할 수만 있다면 결과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일'에 온전히 빠져들면 전에 없던 독보적인 창조력이 뿜어져 나올 것이다.




인간의 의지는 한없이 나약하지만,

'나'는 결코 약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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