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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안 쓰는데 무슨 피드백을 받겠다고

당장 알고 싶은 욕망에 중독된 사람들

by 달보


많이 써보지 않은 자는 피드백받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 글 쓰는 습관을 들이려는 노력보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오는 자극을 욕망하는 마음이 더 크다면 글이 점점 산으로 갈 것이다. 충분한 양의 글을 써 보지 않으면,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이 조언을 해준다 할지라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다. 현 상황에 적절한 피드백이 제대로 스며들 수 있으려면 '충분한 경험'이 쌓여야 한다. 경험한 만큼 귀가 열리고 마음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은 남이 백 번 좋은 소리를 해줘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준비가 덜 됐는데 피드백을 받으면 뭐 하겠는가. 정작 중요한 글쓰기를 할 때 써먹지를 못하는데.


난 문장을 엿가락처럼 늘리는 게 버릇이 될 정도로 많은 글을 쓰고 나서야 '문장은 짧게 쓸수록 좋다'라는 말이 겨우 귀에 들려왔다. '~라고 생각한다'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듣고, 실제로 나도 모르게 수도 없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마음에 들어왔다. 고작 글 몇 편 쓰고 나서 그런 말들을 들었다면 한 귀로 흘리고 말았을 것이다.


글쓰기에 있어서 최고의 피드백은 '많이 쓰는 것'이다. 많이 써 봐야 본인만의 색감이 형성되고 그 색이 어느 정도 짙어져야 피드백을 듣더라도 알맞고 날카로운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색 자체가 흐리멍덩한데 올바른 지적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희미한 사람에게 그나마 해줄 수 있는 조언이라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광범위적이고 따분한 말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피드백은 크게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에 '왜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그에 대한 글을 한 편이라도 더 쓰는 게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 자라도 더 쓰려고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본인이 쓴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는지를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돈을 줘가면서까지 피드백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마다 생각과 입장의 차이가 있어서 누가 맞고 누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굳이 피드백이 없어도 혼자서 쓰고 쓰고 또 쓰다 보면, 적당한 때가 되었을 때 눈에 거슬리는 게 몇 개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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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글을 많이 쓰려면 쓰기만 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많은 글을 쓰기 위해서 책도 많이 읽어야 하고, 사색도 꾸준히 해야 한다. 글쓰기를 하려면 그만한 '재료'가 필요하단 소리다. 글쓰기는 마음에 든 것들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다. 헌데 마음에 들어있는 게 하나도 없다면 내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함으로써 재료를 성실하게 모으는 사람만이 꾸준한 글쓰기도 가능한 것이다. 쓰는 건 지극히 단순한 작업이지만, 써내는 건 결코 단순한 게 아니다. 쓰고자 한다면 우선 담아야 하고, 담고자 한다면 평소에 그만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 글쓰기를 위한 재료를 모으는 게 습관이 된다면 써내는 것에 대한 걱정은 크게 줄어들 거라고 확신한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적당히 필요한 피드백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작스럽게 선물처럼 날아오곤 했다. 한 번은 글쓰기 책에서, 한 번은 아내에게서, 한 번은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서 딱 내게 필요한 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다. 원래 같으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법한 것들이 귀와 마음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내적인 변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건 단연코 글쓰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글 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난 쓴 만큼 성장한 것이다. 많을 글을 써낸 덕분에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문이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조언을 듣는 건 불편하고 두렵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자극적이다. 당장에 알고 싶은 욕망이 즉각적으로 충족되는 데서 오는 쾌감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게 반복되면 중독된다는 것이다. 난데없이 찾아와 피드백부터 요구하는 사람들은 순서가 꼬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열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마주해 본 경험상 그다지 좋은 기운을 풍기진 않았다.


간절하게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정 피드백을 받고 싶거늘, 그 어떤 불편한 말이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만큼의 충분한 글을 써 보고 나서 요구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자신의 수준을 높이고 싶다면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쓰다 보면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하는 갈망이 해소될지도 모른다. 쓰는 문제는 씀으로써 해결되기 때문이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몇 단계씩 올라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을 믿고 그냥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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