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잘했던 내가 그저 그런 어른이 된 이유

반복을 무시한 대가

by 달보

반복


어릴 때부터 뭘 하더라도 웬만큼은 해내는 편이었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남보다 강했던 나머지, 주변 사람들 보다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아주 당연한 듯이 하고 살았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잘 터득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런 재능이 일종의 저주가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중간 이상은 하다 보니 '반복'의 중요성을 깨우칠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든 간에 함께 시작한 사람보다 잘난 맛을 한 번 보면 금세 지루함을 느껴 다른 놀잇감을 찾곤 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나보다 출발이 늦은 사람한테 따라 잡히는 게 무서웠나 보다. 다른 사람들을 재물 삼아 느낄 수 있었던 우월감이, 그들로 인하여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루하기 짝이 없는 '반복'을 회피했던 것이다. 손을 털고 자리를 뜨면 최소한 따라 잡힐 일은 없으니까.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인생에서 제대로 한 획을 긋기 위해서는 '반복'이 필수였다. 반복은 성공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재능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특정 행동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바로 위대한 재능이었다. 어쩐지 어떤 한 가지를 꾸준히 반복하는 사람, 지루한 것을 이겨내고 결국엔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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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을 무시한 채 살아온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꾸준히 하나를 반복한 적이 없었던 만큼 세상에 드러낼 만한 재주를 갈고닦지 못했다. 그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 치명적인 결점이었다. 이전에 관심을 가졌던 것들 중에 하나라도 반복을 꾸준히 해온 게 있었다면, 지금쯤 그 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도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반복'이었지만, 답이 없는 회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바로 반복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래서 난 최대한 많은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쓰고자 한다. 자만하지 않기 위해, 오만함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나만의 무기라고 할 만한 게 생길 때까지는 읽고 쓰고 사유하고 또 쓰는 것을 반복하는 것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의지가 돌처럼 단단해도 써지지 않는 날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이 꽉 막히고 손가락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떡해서든 한 자라도 써낼 수 있게끔 글쓰기를 완벽한 습관으로 만들 것이다. 예전처럼 지루함과 고됨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의지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습관과 시스템에 기대를 걸 생각이다. 이 방법이 안 되면 저 방법을 써 보고 그래도 안 되면 할 수 모든 걸 동원해서라도 끝까지 쓰는 걸 반복할 작정이다.


반복해내지 못하면,

후회가 반복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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