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짜 관심사는 다른 데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약해진다고 생각했다.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그저 '아는 사람'에 불과했다. 그나마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들에게조차도 진심 어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난 사람들에게 애정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애초에 관심사가 완전히 다른 데 있었다. 그건 바로 삶 자체였다. 언제나 내가 궁금했던 건 삶과 관련된 전체적인 그림이었고, 관계라는 껍데기 속에 숨어 있는 거대한 인간의 심리였다. 보이는 것에 불과한 가짜같은 것들은 나의 진심어린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삶을 너머 하다 못해 우주에까지 관심이 뻗다 보니, 당연하게도 주변 사람들과 얽힌 관계 같은 것들은 한없이 작아보였다.
나이를 먹으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게 있다면, 친한 사람이든 가족이든 인간관계는 애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영역이 있고 난 나대로의 인생이 있는 만큼 서로를 어떻게 해보려는 착각에서 벗어나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이 중요했다.
다만 남들의 삶에 관여할 권리가 없는 대신에 내 인생을 잘 살아갈 의무는 있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삶 자체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삶이 참 매력적인 건 인간관계와는 다르게 애를 쓰면 쓸수록 조금씩 알아가는 맛이 있다는 것이다. 난 그런 삶이 재밌고, 인생의 모든 걸 사랑한다.
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커다란 것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세간의 진리를 하나둘씩 깨닫기 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매달렸었다. 스쳐가는 인연을 단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관계를 부여잡고 내 사람으로 만들고자 갖가지 노력을 했었다. 그땐 그게 정답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우연히 책을 만나 꾸준히 독서를 하다 보니 제3의 눈이 뜨이고 나서부터는 인생이 넓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았다. 덕분에 사람들은 많이 떠나갔지만, 인생과 나 자신에 대해 더욱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나라는 존재와 세상은 알면 알수록 다채롭고 신비하다. 그 위대한 경이로움을 깨달은 자가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난 이미 커다란 축복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