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이유없이 게을러지지 않는다

게으름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by 달보


게으름을 피우는 건 단순히 게을러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게으르기도 하지만, 게을러지게 만드는 상황이 일어나기 때문에 게을러지는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는 상황을 잘 관찰해 보면 자신이 무엇 때문에 게을러지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걸 파악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본인이 무언가 피하고 싶고 두려워하는 부분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나 같은 경우 게을러지는 타이밍은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할 때, 글쓰기를 시작할 때, 독서를 시작할 때이다. 웃기게도 내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들이고,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업무를 시작할 때 보면 특히 심하게 게을러질 때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을 할 때이다. 그럴 때면 괜히 딴짓을 더 심하게 하게 된다. 독서를 할 때도 보면 평소보다 꽤나 내용이 복잡한 철학서 같은 걸 읽을 때면 펼치기 전에 괜히 쓸데없는 행동을 많이 한다. 글을 쓸 때도 가벼운 글쓰기보다는 나중에 책에 들어갈 내용을 쓸 때 괜히 힘이 많이 들어가면서 글은 쓰지 않고 괜히 유튜브 노동요를 틀기 위해 접속했다가 숏츠로 새 버리곤 한다. 위 세 가지의 공통점은 시원하게 하기엔 꺼려지는 것들이고, 잘 해내고 싶어 하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게으름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난 뒤로부터는 어떤 것들 앞에서 게을러지려 하는지 조금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아 내가 이런 것들 앞에서 부담을 느끼는구나', '부담감이 있는 행위일수록 피하려는 경향이 더 심해지는구나'라는 걸 느낀다. 보통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때 게을러지진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은 아무 생각 없이 순식간에 빠져들어서 문제다. 이처럼 사람이 게을러지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고, 그에 들어있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으름은 사실 별 거 아니다.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일하기 싫어도 한 번 손대기 시작하면 오히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할 때가 많다. 가끔은 점심시간도 넘기면서 일할 때가 있다. 글을 쓸 때도 게을러지려는 낌새를 알아차릴 때마다 거창하게 글을 쓰려하지 않고, 메모장을 켜서 그저 마음에 일어나는 말들을 가볍게 옮긴다. 그럼 지금처럼 이런 글도 순식간에 튀어나오게 된다. 게으르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싶지만, 게으름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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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게으름을 잘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게으름을 피우게 만드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게 아니라, '그냥 해야 될 것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왠지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막상 그렇게 잘하고 싶지도 않고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큰일이 나지 않는 그런 일 말이다. 그런 일 앞에서는 게으름을 흘려내기가 힘들다. 나도 업무, 독서, 글쓰기를 가볍게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메모장을 켜서 글을 쓰는 식의 방법은 취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회사에 아무리 미련이 없어도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해내는 이유는 주어진 할당량을 처리하지 않으면 야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야근하면 그만큼 회사에 시간을 빼앗긴다. 따라서 업무를 게을리하는 만큼 시간을 잃어버리고, 그렇게 잃어버리는 시간만큼 글쓰기를 하지 못하니 업무를 처리하는 건 나름 중요한 일이 돼버린 것이다. 난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기 때문에 아무도 제재를 가할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내 시간을 지키기 위해' 게으름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조금 더 느긋하게 굴어도 관계없지만, 글을 쓰고 아내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지키고 싶기 때문에라도 스스로에게 지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만의 중요한 할 일이 있는 사람일수록 게으름을 이겨낼 만한 힘이 솟는다고 생각한다. 게으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 일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잘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거기엔 생각보다 꽤 많은 메시지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게으름은 나쁜 게 아니라, 본인의 현 상태를 가장 확실하게 알려주는 알려주는 뼈 있는 지표인 것이다.


사람은 이유 없이 게으름을 피우진 않는다. 해야 될 것만 같은 일 앞에선 게을러질 수도 있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면 게을러질 틈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늦장 부리고, 회사에서 업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퇴근해서도 능기적거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본인의 삶을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인생의 중심을 잡아줄 만한 '중요한 일'을 발견하지 못하면, 꽤나 오랜 세월 동안 게으름의 꼭두각시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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