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 아끼려다 하루를 날렸다

그깟 모닝커피 할인이 뭐라고

by 달보


미라클모닝을 한지도 1년이 넘어간다. 새벽에 일어나야만 하는 '이유'와 확실한 '할 일'이 정해지니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습관으로 이어지는 건 생각보다 수월했다. 이젠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가 영 찝찝하다. 아침에 눈 떴을 때 해가 떠 있으면 한참 늦잠을 잔 것만 같다. 최근에는 햇님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한창 글 쓰다 보면 어느샌가 주변이 밝아져 있다. 새벽기상은 삶에 완전히 녹아들었고, 아마 이 기상루틴은 평생 가져갈 듯하다. 선천적인 아침형 인간은 아니지만,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집중도 잘 되고 무엇보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게 좋다.


그렇게 새벽을 매일 같이 마주해도 어쩔 땐 거의 일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처음엔 전날 잠을 잘 못 잤거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날이 하루이틀을 지나 일주일 가까이 지속됐을 때는 다른 방법을 취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법은 집을 나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힘겹게 잠을 깨고 집에서 비몽사몽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는 게 일어날 수 있는 의지와 몽롱한 정신을 차리기엔 효과가 훨씬 좋았다. 마침 그때쯤에 집 근처에 24시간 카페가 오픈했었다. 우연치고는 상황이 너무 들어맞았다. 심지어 대놓고 카공족을 위한 카페가 컨셉인 것처럼 콘센트도 과하게 많았다. 내겐 최적의 장소였다. 사실 그 카페가 공사하던 즈음에 옆을 지나가며 '저런 곳에 카페를 지으면 누가 가려나'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런 내가 단골이 될 줄이야.






그렇게 새벽마다 그 카페로 출근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딜레마에 빠지는 일이 생겼다. 그곳은 새벽 5시부터 아침 11시까지 '모닝커피'를 즐기라는 명목으로 아메리카노를 원래 가격보다 천 원 낮게 판다. 근데 내가 일어나는 평균적인 시간대는 새벽 4시다. 그 시간에 일어나 정신 차리고 양치하고 옷 입고 채비하고 밖을 나서면 카페에 도착하는 시간이 새벽 4시 30분에서 5시 사이가 된다. 이때 몇 분만 더 기다리면 모닝커피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제값을 지불하는 게 아깝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차라리 확실하게 고민되지 않도록 더 일찍 오자는 생각에 기상시간을 조금 더 앞당겼다. 새벽 3시로.


하지만 보통 밤 10시에 침대에 눕는 나는 보통은 10시 30분이 되기 전에 잠들지만 늦으면 11시에 잠들기도 한다. 그때 잠들어서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건 확실히 무리긴 하다. 하루이틀은 괜찮아도 아직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건 버거웠다. 수면시간을 앞당기지 못하는 이상 새벽 3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차라리 새벽 5시쯤 도착할 수 있게 4시 30분에 일어나자고 마음먹었다. 이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어나던 습관 때문인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뜨면 거의 새벽 4시쯤이었다. 이때 그냥 잠 깬 김에 정신 차리고 양치하고 나가야 하는데, 그깟 모닝커피 할인 한 번 받겠다고 조금만 더 자려고 다시 눈을 감았다가 오히려 푹 자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심지어 그게 몇 번이나 반복됐었다. 따지고 보면 대단한 할인도 아니고 고작 천 원인데 그 푼돈 때문에 아침을 도박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새벽에 일어난 지 1년이 넘었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뱄어도 눈 떴다가 다시 잠들게 되면 푹 자버릴 가능성이 높다. 적지 않은 세월 동안 누적된 게으름은 언제나 존재감을 드러낼 타이밍을 노리고 있고 방심하면 그대로 당해버린다.


천 원 할인받자고 수면시간을 조절하는 건 큰 손해였다. 그 자체로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잡생각이 많아지는 만큼 방해를 받는다. 그래서 그냥 새벽에 일어나면 재고 따지지 않고 잠 깨고 나가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생각이 일어나든가 말든가 나가버린다. 새벽 일찍 일어나는 건 내게 중요한 일을 하루 중 가장 먼저 그리고 조금씩 해내기 위함이지, 커피를 천 원 싸게 사 먹으려고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한 번 생겨난 마음은 비슷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끊임없이 반복해서 일어난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집을 나설 때 5시에 할인받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그 옹졸한 생각에 휘말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충분히 겪었기에 쉽게 흘려보낼 수 있었다. 아마 내일도 오늘처럼, 그리고 한동안은 계속해서 커피값을 할인받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를 떠올리게 된다.




고작 천 원 아껴보겠다고 아침을 날려먹은 부끄러운 해프닝 속에서 삶의 우선순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고, 자신만의 중요한 할 일이 있다는 게 일상을 어지럽히는 생각을 바로잡는 데 있어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다시 한번 깊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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