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속도를 줄이면 삶이 보입니다

by 달보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주로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구간에서 볼 수 있는 안전운전 표지판 속 내용이다. 평소 길을 걷다 한 번씩 흘깃 보게 되는 평범한 문장이지만, 오늘따라 그 문장이 유독 마음에 들어왔다.




속도를 늦추면 사람만 보이는 게 아니다. 마음 먹고 속도를 늦추면 삶 전체가 보인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인생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은 할 것도 많고, 쓸 것도 많다고 하면서 그만큼 악착같이 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많이 벌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모른다. 주변 사람들마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은 쓸데없이 너무 바쁘게 살아간다. 바쁜 것 자체가 나쁘진 않지만, 그렇게 바삐 살아가는 것치곤 별로 이루는 것도 없고 남는 것도 없다는 게 문제다. 애를 써도 마찬가지, 안 써도 마찬가지라면 왜들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어렵게 받아들이고 힘들게 살아가는 걸까.


사람들은 의외로 일부러 바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바쁘면 몸은 힘들겠지만, 세상살이에 대한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뭔가를 자꾸 하려고 한다. 바쁨은 일종의 진통제와도 같다. 술을 먹는 이유도 비슷하다. 술은 현실을 잊게 만들고 잠깐이지만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진창 술을 먹고 다음 날 숙취가 들끓을 때만 다신 먹지 않겠노라고 매번 다짐하지만,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 현실을 마주할라치면 금세 다시 술을 찾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바쁜 생활 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늪에 빠져 있다는 걸 깨닫기 위해서라도 속도를 줄여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려면 자신과 1:1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한다. 세상이 무섭고 자기 자신과 당당하지 못한 모습으로 마주하는 게 두렵더라도 일단 부딪혀봐야 한다. 그래야만 본인이 두려워하던 그림자의 실체가 호랑이였는지 새끼 고양이였는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두려움의 정체를 알면 이전과는 다르게 살 수 있다.






실제로 바쁜 사람은 별로 없다. 사람들이 바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인 경우가 많다. 매일 숨 쉴 틈도 없이 바쁘면 인간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바쁘단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나는 바쁜 사람이다'라는 이미지를 지키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꼭 바빠야만 하는 사람들처럼 구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바쁘지 않으면 열심히 살지 않는 것 같고, 열심히 살지 않으면 뒤쳐질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에 그런 걸까. 그러나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바쁘기만 하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매일 선택권이 주어진다. 누가 그렇게 살라고 시킨 것도 아니건만, 바빠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스스로 그런 삶을 원하기 때문에 그런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뿐이다. 아무리 바빠도 마음 하나만 달리 먹으면 그런 상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쁨도 일종의 망상이다. 망상에 빠져 있는 현실을 알아차리고 벗어난다면 전에 없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바쁜 사람일수록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악셀을 힘껏 밟고 있는 것처럼 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이 발로 누르고 있는 건 브레이크인지도 모른다. 혹은 사이드 브레이크도 풀지 않은 채 악셀을 밟는 것일수도 있다. 빠르다고 능사가 아니다. 조급하면 주변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다. 현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뭘 해도 불행할 수밖에 없다.


인생을 적당한 속도로 살아간다면,

안온한 평온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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