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쩌다가 글쓰기에 빠졌을까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나도 한 명의 작가다

by 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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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한 방울을 물에 떨어뜨리면 색채가 퍼지듯이 난 요즘 단어 하나만 내면으로 가져와도 수많은 글감이 떠오른다. 적고 나면 이글이나 저글이나 엇비슷한 내용이 많을진 모르겠으나 손가락이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써지는 글이 엄청나게 많다. 집중력이 약하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독서를 하던 도중에 눈에 들어오는 단어나 문장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지 떠오르는 생각이 많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어느쪽이든 간에 넘쳐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만 운이 좋게도 요즘은 그 어려운 글쓰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해온 독서가 빛을 발하는 것인지 아니면 부모님의 피를 물려받아 유전적인 영향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아버지가 연애편지 많이 씀) 확실한 건 블로그를 가볍게 시작하고 매일 포스팅을 하면서부터 글쓰기가 확 늘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독서의 힘이지 않을까? 난 특히 자기계발서 덕후인 만큼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어왔다. 자기계발서의 특징은 솔직히 재미도 없고 애매모호하고 막연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며 보다 더 안타까운 건 책을 덮고 나면 딱히 내용이 기억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난 메모를 하기 시작했고, 막연할지언정 좋아 보이는 내용들은 많아서 그 양이 감당이 되지 않아 몇 년 전부터는 그 내용들을 모조리 타이핑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렇게 독서생활을 해왔지만 사실 머릿속에 기억되는 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요즘처럼 단어나 문장 몇 줄만 봐도 써내려 지는 글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내가 인식을 하지 못했을 뿐이지 다 나의 내면 속에 저장되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 혹은 하루하루의 글쓰기 연습이 나의 생각을 바깥세상으로 가져오는 능력을 한껏 끌어다 올려주다가 그 포텐이 요즘 터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는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30대 초반인 나는 그저 열심히만 살아왔고 뭐든지 하면 된다라는 생각에 물불 가리지 않고 이런 일 저런 일 마다하지 않고 기회가 닿는 대로 모조리 다 부딪히며 살아왔다. 안타깝게도 그중 나의 적성에 맞는 일은 없어서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될 때까진 포기하지 않겠단 신념 하나로 어떡해서든 방법을 찾아나가면서 살아왔는데 그 보상을 받은 기분이다. 글쓰기는 나의 생활이 되었고 매일의 의무이자 보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내가 쓴 글은 온라인 세상에서 컨텐츠가 되어주고 나의 의식성장을 활성시켜주는 촉진제가 되어주며 곧 나의 경력으로 쌓여간다. 이렇게 좋은 게 또 어디에 있을까?


어릴 때만 해도 책과는 담을 쌓고 그렇게도 책을 읽으라던 아버지의 잔소리도(알고 보니 아버지도 책을 읽지 않으셨다) 받아 흘리며 작가 같은 건 먼 나라 사람들의 세상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군복무 시절에 우연히 책을 접한 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이제 내 삶에서 책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저마다의 인생에서 추구하는 방향을 다르겠지만 난 지금 이런 나의 삶이 꽤 맘에 든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기대된다. 내가 쓴 글이 세상에 얼마나 어떤 가치를 부여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악평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 관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시절 또한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배웠다. 사람의 마음이란 스위치를 켜고 끄듯 변하는 게 일상이고 내가 앞으로 겪어야 할 상황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어떤 기대를 바라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닌 그냥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최대한 담백하게 쓸 수 있을 정도의 생활습관으로 들이는 것이 정말 오래도록 글을 쓸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태도가 전부다. 시스템이 하루를 지배한다. 환경설정이 나의 부족한 의지를 채워준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나도 한 명의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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