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
요즘 나의 일상은 읽기와 쓰기가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을 많이 읽고 그만큼 많이 써낸다. 독서를 하면 할수록 쓸거리가 많아지니 점점 더 몰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세상 모든 것을 알아내고 싶은 욕구가 일렁이는 게 느껴진다. 다시 말하면 요즘 들어 이전보다 책을 좀 더 필사적으로 읽고 있다. 틈만 나면 책을 읽고 틈만 나면 글쓰기를 한다. 내가 생각했던 작가는 멀리 있는 꿈인 줄로만 알았지만 읽고 쓰는 동안만큼은 나도 한 명의 작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열심히 읽고 생활하던 어느 날 내가 2/3 가량 읽으며 하이라이트를 표시해놓은 부분과 북마크가 모두 사라진 일이 일어났다. 전자책 프로그램 동기화의 기술적 오류로 탓을 돌리고 내 아까운 황금 같은 시간들이 먼저 생각났지만 바로 뒤에 다른 생각과 느낌들이 이어졌다. 담아올 만한 문장이랍시고 하이라이트 표시한 문장들이 사라지니 내가 읽었던 시간들이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내용조차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아서 많이 당황했었다. 책을 읽어도 내용의 대부분이 기억이 나지 않는 건 늘상 있는 일이라지만, 오늘 오전에 읽었던 내용인데도 이렇게 기억이 나지 않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나의 독서습관에 대해 돌아볼 기회가 주어진 것만 같았다.
난 최근에 물리적인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효율적인 독서를 위해서 전자책으로 내 모든 독서활동을 집중시키고 있다. 종이책만의 감성이라는 느낌을 극복하고 전자책을 정말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필요 이상으로 그것에 의존하고 있나 싶었다. 하이라이트 표시 하나 지워졌다고 이렇게도 허무한 느낌이 들다니, 사실 아무것도 변한 건 없는데도 말이다. 어차피 하루 이틀이면 다시 읽을 수 있고 재독하는 건 그것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가 큰 것임을 알면서도 나름의 쓰라린 기분이 드는 걸 체감하면서 스스로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했던 최근의 나날들을 돌아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게 독서와 글쓰기는 나의 삶에 조금 더 깊게 들어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