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얼마 전에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로 했다'라는 제목의 브런치북을 발행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 세 번째로 발행한 브런치북이었다. 이 브런치북을 쓰게 된 계기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정체 모를 출판사에서 출간제안이 들어왔던 해프닝 속에서 받게 된 자극 덕분이었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써 오면서 유일하게 기대했던 건, 조회수나 구독자수가 아니라 바로 '새로운 제안'이었다. 오직 출간 제안만이 내가 원하는 미래에 가장 가까이 닿게 되는 유의미한 이슈라고 여겼다. 근데 그런 제안이 실제로 얼마 전에 들어왔었다. 다만 기획출판은 아니었고 전자책 반기획 출판 제안이었다. 그래도 출판사에서 출간제안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기쁜 나머지 당장 계약을 하려 했다. 하지만 담당자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직감적으로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해당 출판사가 출간한 전자책들을 자세히 둘러보니 기본적으로 구성된 틀 자체가 부실한, 상식적이지 않은 책들이 많았다. 아쉬움이 컸지만 어쩔 수 없이 출판계약은 자연스럽게 무산이 됐다.
상황만 놓고 보면 풀이 죽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난 오히려 책을 써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출판사 관계자들이 브런치 작가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리 실감은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실제 출판사에서 출간제안이 들어왔던 그 해프닝 덕분에, 누군가가 내 글을 실제로 주시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마치 혼자 매일 기도를 올리고 있는데, 찰나의 순간동안 신이 나타나서는 내 말을 언제나 듣고 있다는 걸 일깨워주고 사라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그 일은 그만큼 내게 상당한 자극이 되었다.
브런치북을 쓰게끔 만들었던 두 번째 자극은 바로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공지였다. 브런치를 통해 출간계약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브런치북 공모전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실제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특히 매력적인 것이 바로 브런치북 공모전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출판사에 투고할 만한 책을 써야겠단 의지가 불타오르는 시점에 브런치북 공모전에 대한 공지글이 눈에 들어오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턴 모든 스케줄을 최소화하고, 오직 브런치북을 쓰는 데만 집중했다.
사실 난 언젠가 책을 낸다면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정해져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과정이었다. 평소 책만 읽던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 글쓰기라는 인생 최대의 과업을 발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자극이 될 거라 생각했다. 가뜩이나 요즘엔 퇴사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퇴사하기 전에 내 이야기를 읽는다면 어떤 쪽으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 이야기를 미뤄왔던 이유는 대놓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는 부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쓰기로 알게 된 어느 지인에게서 '사람들은 남의 일기를 들여다보고 싶어 해요'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말은 내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 말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만큼 너무 당연한 말 같았지만, 실상은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쯤엔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로 했다'의 내용을 50% 정도는 이미 써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그간 써왔던 내 글을 다시 보니 따분한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계속 이렇게 쓰면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동안 써왔던 분량을 싹 다 갈아엎었다. 수정은 불가능했다. 거의 새로 써야만 했다. 그분에게 얻었던 조언 덕분에 문득 깨달음을 얻은 나는 완전히 다른 색감으로 브런치북을 써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길은 조금 돌아왔을지언정 방향은 제대로 잡혔다는 느낌이 강했다.
안 그래도 언제 내 이야기를 한 번 제대로 써보나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작정하고 글쓰기에 빠져 들게 된 남다른 서사를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로 했다'라는 브런치북에 진득하게 담아냈다. 실제로 난 돈을 포기한 덕분에 인생을 구해 낸 케이스를 살아내고 있다. 지금처럼 이렇게 매일 열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돈을 포기한 덕분이다. 글쓰기를 해 오면서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제안이 들어왔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은 내면의 변화가 일어났다. 좋아하는 일로써 삶의 중심을 잡아가는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하다.
글이 글을 낳는다고, 브런치북 한 편을 써내다 보니 다른 주제로 쓰고 싶은 글이 많이 생겼다. 얼마 전에 탄탄하게 채워 넣은 브런치북을 발행하고 랭킹에 오른 것만 해도 뿌듯한데, 그런 브런치북을 몇 편이나 더 쓸 정도의 재료를 발견한 덕분에 가뜩이나 온전했던 마음에 더 깊은 평화가 찾아온 것은 충만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세세히 풀어헤쳐 쓴 것 치고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었다. 사실 라이킷을 누른 것만으로는 독자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참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정성스럽게 달아준 댓글 덕분에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내 이야기도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걸 알게 되었다.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상을 타거나 출간제안이 들어오면 물론 더 좋겠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내게 전해준 마음의 소리만으로도 더없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게 스며든 지속성이 오래도록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살아생전 힘이 닿는 데까지는 내가 바라보는 나만의 세상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좋은 자극을 받는 만큼 난 그 이상의 가치를 얻는다고 믿는다. 우린 각자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큰 범주 안에서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접점이 맞물리는
모든 사람들이 더 잘 지낼 수 있기를.
내가 나를 위해 쓰는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일으켜낼 수 있기를.
부디 이런 내 진심이
독자들의 마음속 깊이 가닿을 수 있기를.
달보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