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유튜브에 '브런치 글쓰기'를 검색하면 항상 상위에 뜨는 게 있는데, 그건 바로 김필영 작가님의 '별 볼 일 없는 내 이야기를 135만 명이 읽은 이유'라는 영상이다. 사실 브런치를 갓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반년 정도 브런치를 운영해 보니 135만이라는 조회수가 얼마나 대단한 수치인 건지 어렴풋하게나마 가늠이 간다. 그래서 현재 2023년 9월 기준으로 누적 조회수 50만을 넘긴 내 브런치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깊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는 공개적인 곳에 지극히 개인적인 글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쓰다 보면 누가 봐도 인생사 푸념을 풀어놓은 듯한 일기 같은 글이 써지기도 한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지만, 쓰다 보면 뜬 구름 잡는 소리를 늘어놓기만 한 막연하고 추상적인 글을 쓰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많은 글을 쓰는 데만 신경 썼다. 내가 쓴 글이 부끄럽고, 더 잘 쓰고 싶은 욕망이 불어날수록 쓰고 쓰고 또 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오늘 쓸 수 있는 글은 다 쓰고 하루를 마무리하고자 갖은 노력을 했다. 바라는 만큼의 글은 써내지 못할지언정 '오늘도 결국 썼다'는 사실을 위안 삼아 의지를 다지며 글을 써왔다.
내가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던 건 쓸데없는 것들에 마음을 두지 않고, 오직 '써내는 것'에만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려 애를 써봤자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내가 가진 것 이상을 써낼 순 없었다. 오직 '쓰는 것'에만 집중하려 했던 건, 그것만이 유일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성과를 내고 싶을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별 볼 일 없는 내 이야기를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은 이유는 단지 그만큼 글을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딱히 남다른 비결은 없다. 설사 무슨 비결 같은 게 내 안에 있다 할지라도 난 모른다고 할 것이다.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제목 짓는 방법을 터득해서', '쓰다 보니 필력이 좋아져서'와 같은 이유는 감히 댈 수도 없다. 실제 글을 많이 써왔던 만큼 제목을 정하는 안목도, 글의 짜임새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고작 그런 것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줬다고 하기엔, 내 생각이 미처 닿지 못하는 영역에 복잡다단히 얽힌 요소들이 무수히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준 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부분은 '단지 글을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글쓰기 앞에선 많이 쓰는 것밖엔 도리가 없다. 글을 많이 쓰면 쓸수록 자신을 좀 더 알아가게 되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가 두터워지는 만큼 삶을 대하는 자세도 올곧아지기 때문이다. 마음가짐이 바른 사람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좋은 글을 쓰게 된다. 글은 무에서 유를 창작하는 활동이 아니라, 한 인간이 품고 있는 내면의 일부가 글자로 표현된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꼭 좋은 사람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스스로 나쁘다고 생각했던 사람조차도 좋은 글은 충분히 써낼 수 있다. '나쁘다'라는 건 생각이 만들어 내는 착각에 불과하다. 이 세상엔 원래부터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없었다. 단지 뭔가를 나쁘게 바라보는 시선만이, 자기 자신 또는 타인이 만들어 낸 공허한 영역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진정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글을 써 보면 알 수 있다.
애초에 사람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단순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현대문명이 안고 있는 모든 수학문제가 풀린다고 해서 우주 전체를 이해할 순 없듯이 말이다. 모든 걸 떠나서 언어를 활용하여 얻은 깨달음은 결함의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언어 자체가 결함을 안고 있는 불완전한 도구다. 사람은 그런 언어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상상하며, 깨달음을 얻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찰나의 판단으로 나를 바라보고 타인을 함부로 단정 짓는다면, 자신의 어리석음과 무지함을 자랑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운이 좋아서 누군가를 정확히 파악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은 매 순간 변하는 존재이기에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글쓴이는 글을 쓰면서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독자도 글을 읽음으로써 글쓴이와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고로 많은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반응을 얻어내는 좋은 글이란, 그 글을 소화하는 대상을 얼마나 비춰주는지에 대한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본다. 내 생각이 아주 틀리지 않았다면, 내 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준 거라고 생각한다.
조회수란 어쩌다 한 번씩 얻어걸리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를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읽었다고 해서 결코 좋은 글이라고 할 순 없듯이, 단연코 글을 쓰면 쓸수록 세상에 확실한 건 거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국 조회수가 적든 많든 간에 글쓴이가 할 수 있는 건 겸손의 자세를 잃지 않고 글을 많이 쓰는 것밖에 없다. 언젠간 책도 출간하고, 텍스트로만 소통하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글쓰기를 멈출 일은 없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넓어질수록 지금보다 훨씬 더 깊고 많은 글을 써야만 할 것이다.
사실 그래서 글쓰기가 더 좋다. 성과가 있든 없든 그저 많이 쓰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살다 보니 깨닫게 된 진리가 있다면 '언제나 단순한 게 최고다'라는 것이다. 글쓰기를 아주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막상 글을 많이 써 보면 글쓰기만큼 단순한 것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단순한 것을 단순하게 하기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데, 글쓰기만큼 좋은 게 또 어디 있을까. 시간과 장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충만함이 가득하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가히 최고의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글이 누군가에게는 별 볼 일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글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데 믿음을 두고 많은 용기를 얻는다. 그 덕분에 수많은 글을 쓸 수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닿게 되었다. 그냥 스쳐 지나간 사람도 많겠지만, 나름의 용기와 위안을 얻었다는 귀한 흔적을 남겨준 분들도 꽤 많았다. 그들이 내 공간에 남긴 값진 문양들을 바라볼 때면 상상 이상의 보람을 느낀다. 그 모든 분들에게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는 조회수만큼이나, 일상에 환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지혜가 내 안에 가득 쌓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나만의 담백한 기운을 담아 사람들에게 고루 나눠주고 싶다.
상상만 해도 설렘이 일어나는
그런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늘이 날 돕기를.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보다 괜찮은 사람으로 거듭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