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흔들리지 않고 초연할 수 있기를
블로그에서 이웃 수가 2천 명이 넘어갔을 땐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블로그에서 이웃 수는 '작업'한 만큼의 수치(이건 나만의 한계이기도 하다)에 지나지 않았다. 맞팔이 난무하는 인스타도 마찬가지다. 천 명에 가까운 팔로워 중에 광고계정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도 미지수다. 그에 비해 브런치는 애초에 맞구독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도 않고, 그런 형식적인 관계를 맺을 필요조차 없으며 오로지 글로만 승부를 보는 곳이기에 구독자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일전에 브런치 글쓰기 관련 영상에서 "브런치에서의 구독자 1명은 다른 곳의 백 명, 천명과도 같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브런치는 다른 플랫폼에 비하면 비교적 폐쇄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누군가 내 브런치를 찾아 들어와 구독을 눌러준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구독자 한 명의 가치는 정말 귀하다.
근데 그렇게 귀한 구독자 수가 어느덧 700명이 넘었다. 매일 꾸준히 글을 발행하긴 했어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제를 쓰는 게 아니었던 만큼 구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할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감사하게도 브런치에 시동을 건지 반년 만에 구독자가 700명이 넘는 일이 벌어졌다. 가히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쓰는 글의 주제가 비주류에 속한다고 생각했던 것치고는 브런치 메인에 올라간 글들이 꽤 많았다. 심지어 메인화면에 글이 2개씩 떠 있던 적도 두 번이나 있었다. 다만, 브런치 메인에 글이 뜬다고 해서 라이킷과 구독자 수는 비례하게 올라가지 않는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쓰던 글을 마무리 짓는 데만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구독자 수가 500명이 넘어갈 때쯤부터는 은근히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게 사실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한 명의 인간이기에 가파르게 오르는 구독자 수를 무시하고 글만 쓰기엔 역부족이었다. 구독자 수가 오르면 오를수록 기분이 좋으면서도, 책임감과 그에 따른 부담감의 무게가 조금씩 무거워지는 걸 체감했다. 확실히 지금은 예전처럼 가볍게 글을 써 나가진 못하는 것 같다. 이건 그동안 글쓰기를 많이 했던 만큼 글을 쓰면서도 눈에 밟히는 요소가 많은 탓도 있지만, 전보다 많아진 구독자 수에 따라오는 부담감도 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구독자가 300명이 될 때까지는 5개월이나 걸렸는데, 얼마 전에 발행한 브런치북 '돈을 포기하고 인생을 구하기로 했다' 덕분에 300명에서 700명이 되는 건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차오르는 구독자 수를 바라보면서 인간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하기도 했다. 브런치에 글을 처음 쓸 당시만 해도 구독자 수 100명은 언제쯤이나 될까 싶었지만, 실제 100명이 되자마자 난 200명을 바라봤고, 500명은 1년 정도는 지나야 될까 싶었지만, 500명이 찍히자마자 내 마음은 순식간에 구독자 천 명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을 나쁘게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그 때문에 내가 쓸데없이 흔들리고 변하는 일이 없게끔 최대한 경계를 할 뿐이다. 구독자 수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지만, 그 앞에서 인간의 마음은 한없이 탐욕스럽고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구독자 수의 빠른 증가가 나쁜 일은 아니지만, 나쁜 일이 아니라면 그만큼 좋은 일도 아니라는 걸 가슴에 새기려고 노력한다.
내 브런치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구독까지 눌러 준지는 알 수 없다. 아마 확실한 이유를 듣는다 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본다. 아직 부족한 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구독까지 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일어나지만, 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나의 가치를 올리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공유할 수 있는 글을 최대한 많이 쓸 것이다.
구독자 천 명이 되든 만 명이 되든 흔들리지 않고, 가던 길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초연함이 내 안에 깃들기를.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