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내 이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을까

글의 형식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by 달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이 에세이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덕분에 한 번도 알아본 적이 없었던 에세이의 사전적 정의에 대해서 검색해 봤다. '수필의 하나로 그때그때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적은 글을 말한다'가 나무위키에 적혀 있는 에세이의 정의였다. 만약 이런 뜻이 아주 틀린 게 아니라면 모든 글은 전부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일기라도 충분히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에세이는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누구는 너무 일기처럼 쓰지 말라고 하는데, 누구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한다며 일기 같은 글도 괜찮은 에세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에세이냐, 수필이냐, 일기냐는 생각 차이일 뿐이다. 스스로 자신의 글을 에세이라고 여긴다면 얼마든지 에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내 글이 에세이인지, 일기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 편의 글에 얼마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는지가 중요하다. 그게 전부다. 에세이인지 아닌지는 독자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언제나 내용이 중요하다. 장르의 고정관념에 갇힌 사람에게는 굳이 잘 보일 필요도 없다.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만 하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글쓴이의 역할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혹은 글로써 털어내고 싶은 감정을 드러내기만 하면 거기서 끝이다. 애 먹어가며 다 쓴 글을 가지고 에세이인지 아닌지는 고민할 가치가 없다. 물론 '에세이를 쓰는 방법'에 대한 내용은 여기저기 정보들이 많이 널려 있다. 하지만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정보는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쓰고 보는 것이다. 이제 막 글쓰기의 참맛을 알아가는 사람에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라는 것만큼 불필요한 지식은 없다.




모든 글은 그냥 글이다. 단순하고 편하게 쓰는 글이 가장 잘 읽힌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에세이는 이렇게 써야 한다'라고 생각해 봤자 자신 안에 들어있는 능력치를 초과하는 글은 나올 수 없다. 괜찮은 글을 쓰고 싶다면 그저 잘 쓰려고, 구색을 갖춘 글을 쓰려고 애를 쓸 게 아니라,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온전히 글로써 담백하게 표현하는 것에 애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글쓰기에 관한 잡기술을 터득하기 전에 자기 자신과 당당히 마주할 수 있는 용기부터 기르는 연습이 먼저라고 본다. 그런 용기를 기르는 방법도 많이 써 보는 게 최고다.


오직 나만 알고 있는 나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사견이 다듬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만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에세이와 같은 형식이 갖춰지게 되어 있다. 특히나 에세이는 애초에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너도 나도 주장하는 에세이의 정석적인 형식이란 복잡하게 생각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정해놓은 막연한 규칙일 뿐이다. 세간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글을 잘 뽑아내도 정작 읽는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영향을 받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차피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런 형식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글쓴이의 진심이 느껴지는 글이라면 아무 상관하지 않는다.


현존하는 모든 구분점은 '굳이' 나눠놓은 것이다. 자연에는 경계가 없듯이 사람들이 구분 지어놓은 모든 것들은 단칼에 구분 지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에세이도 굳이 꼬집어서 에세이지, 쓰는 사람의 생각과 경험을 담아낸 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모든 글이 마찬가지다. 표현하는 형식이 살짝 다른 것뿐, 모든 글은 작가의 생각을 글자라는 수단으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물론 누군가는 에세이를 다른 글과 명확하게 구분 짓고 여러 장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에세이만의 형식을 고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자유롭게 글을 써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 글쓰기를 많이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화려하지만 쓸모없는 잡기술보다는 최대한 많은 글을 써봄으로써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빈도수를 늘리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다 보면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서 어차피 다른 것들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글을 쓸 때만큼은 다 내려놓고 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가장 좋다. 모든 교정은 퇴고할 때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퇴고도 계속하다 보면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감이 잡힐 것이다. 적당한 때가 오면 본인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꾸준히 쓰는 게 정말 중요하다. 기본기를 잘 다져 놓을수록 쓰고 싶은 내용이 생겼을 때 손쉽게 글로 잘 표현할 수 있다.


내가 쓴 글이 에세이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자기가 생각해도 솔직하고 담백하게 써낸 글이라면, 본인이 직접 읽어봐도 그리 거부감이 들지 않을 것이다. 글의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글이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가 핵심이다. 틀이 완벽해도 알맹이가 없다면 차라리 안 쓰니만 못하다. 어설프더라도 진심을 담아내는 기술을 터득하는 게 우선이다. 나머지는 일단 쓰는 연습부터 하고 난 다음에 천천히 갖춰도 된다.


아무리 내 이야기라도 해도 글로 표현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감을 뽑아내기가 힘든 이유는 자기도 모르게 머리와 마음속에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사견이 찌꺼기처럼 껴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그런 지저분한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글쓰기가 힐링이 될 수 있는 건 그런 찌꺼기들이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씻겨 나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쓰면 찌꺼기 속에 가려진 진짜를 발견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글을 쓰는 건 아마 그때쯤부터일 것이다. 그때야말로 비로소 자신을 세상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 에세이를 쓰고 싶다면

나를 믿고 그냥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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