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글쓰기로 해결한다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은 아마 매일 쓸 수 있을 만한 글감이 없어서 고민일 것이다. 사실 난 글쓰기를 우연히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할 틈도 없었다. 덕분에 별 다른 생각에 갇히지 않고 운이 좋게도 짧은 시간에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무작정 글을 쓰고 보니 깨닫게 된 게 한 가지 있다면, 의외로 매일 새로운 글을 쓰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 한 편 써내기도 힘든데, 어떻게 매일 새로운 글을 쓸 수 있을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접 글을 써 보면 오히려 똑같은 글을 쓰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실제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이전에 썼던 글과 전혀 다른 참신한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일단 쓰기 시작하면 글의 방향이 조금씩 틀어지면서 이전에 썼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몇 번 그렇게 쓰다 보면 새로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은 금세 사라진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포함해 주변의 모든 것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모든 건 변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모든 건 변하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글을 쓸 수 없다는 건 '새로운 글'에 대한 고정관념과 직접 써 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정말 똑같은 글을 써내는 게 훨씬 더 어렵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상상 이상으로 많이 겹치지 않는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다 보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내면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다.
설사 막상 글을 쓰고 보니 이전에 썼던 내용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할지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그 글을 어떤 마음으로 써냈는지가 더 중요하다. 비슷해 보이는 글일지라도 전과 다른 마음으로 쓴 거라면 충분히 남다른 의미가 있다. 대놓고 베껴 쓴 게 아니라면 사소한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고, 아주 미묘한 차이라도 존재한다면 그건 완전히 다른 글이라고 볼 수 있다. 로켓의 궤도가 1도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행성에 도착하는 것처럼 실제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런 사소한 차이에서도 받아들이는 영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형식의 글이 자꾸만 나오는 게 고민이라면 개의치 않고 계속 쓰는 게 방법이다. 굳이 새로운 글을 써야 할 의무는 글쓴이에게 원래부터 없었다. 단지 다양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에서 우러나오는 망상에 불과하다. 어차피 쓰다 보면 새로운 글을 쓰게 되어 있다. 새로운 글을 써야만 한다는 그 강박관념이 오히려 새로운 글을 쓰지도 못하게 할뿐더러 아예 글 자체를 쓰지 못하게끔 사람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글쓰기에 있어서 최악의 상황은 어떤 특정한 생각 때문에 글쓰기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난 같은 글을 쓰는 게 오히려 어렵다는 경험을 실제로 했었고,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그럴 거라고 믿는 편이다. 하지만 글쓰기에서 언제나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쓰는 것이다. 신박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글쓰기를 내려놓을 바에는 차라리 똑같은 글을 100번 쓰는 게 훨씬 낫다. 해 보면 안다. 같은 글을 쓰는 게 오히려 더 어렵다.
어떤 내용이든 한 줄이라도 써 보면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거기서 끝이 난다.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글을 쓰기 전에나 하는 것이다. 새로운 글은 새로운 생각으로 쓰는 게 아니라 아무거나 쓰기 시작함으로써 조금씩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망설임과 머뭇거림은 글감이 없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 아니다. 아무것도 안 쓰니까 일어나는 반응일 뿐이다.
글쓰기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손가락을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써지지 않는 고민은 쓰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법이다. 필력은 글쓰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애초에 필력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써야 해', '오늘 안에는 목차를 만들어야 해', '괜히 솔직하게 썼다가 악플이 달리면 어쩌지'와 같은 망상들이 멀쩡한 사람을 꼼짝 못 하게 만든다. 글쓰기가 되지 않을 때는 본인의 필력을 탓하기 이전에 머릿속에 들어찬 생각부터 비우는 게 먼저다.
글은 그냥 '글'이다. 쓸 만한 글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오늘 써야만 하는 글의 주제를 누가 정해놓지도 않았다. 본인이 스스로를 어딘가에 가둬 놓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글은 쓸 수 있다. '쓸 게 없다'는 건 진짜가 아니다. '쓸게 없다고 생각하는 생각'이 만들어내는 생각일 뿐이다. 직접 써 보면 금세 깨닫게 된다. 텅텅 비어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들어있었는지를.
글쓰기는 글감보다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기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할 용기 말이다.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기운이 온몸에 고루 퍼지게 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새롭고 좋은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백지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믿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부디 글쓰기를 코 앞에 두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내면에 들어있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세상을 글쓰기를 통해 찾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