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글도 잘 쓴다

세상을 자세히 관찰하면 할 말이 많아진다

by 달보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쓸 수 있다고 말하기도 곤란한 것이 쓸 만한 게 있어야 글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할 땐 어떤 전문적인 기술이 있거나,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경험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때그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만 가지고 글을 쓰는 건 한계가 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글을 쓰기 위해선 본인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다양한 글을 쓰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선 평소에 할 말이 많아야 한다. 마음속에 글로 풀어낼 만큼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글쓰기가 수월하다.


난 말 수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책을 삶에 들이면서부터는 주변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길러지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아졌다. 눈에 보이는 게 많아지니 그만큼 할 말도 많아졌다. 처음엔 점점 자세히 보이는 세상이 너무 신기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을 붙잡고 신이 나게 떠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기만 했다. 처음엔 그런 상황이 그저 섭섭하기만 했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두 어리석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고 보니, 남들도 다 자기만의 세상이 있고 그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진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들에게 무조건 내가 보이는 세상을 무턱대고 밀어붙이려 했던 건 오만한 행동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을 만나도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이미 마음속은 세상의 본질에 관한 말들로 가득 들어차 있어서 할 수 있는 말은 그런 이야기들 뿐이었는데, 괜히 또 그런 말을 꺼냈다간 이런저런 핀잔을 들을게 뻔했다. 무슨 말을 해도 소통이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남들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는 것도 힘들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주변 사람들과 신나게 한참을 떠들 수 있었던 나였지만, 제3의 눈이 개방되고 나서부턴 결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실감했다. 그들이 내 이야기를 그렇게 생각하듯 나도 웬만한 사람들이 하는 말들은 지루하고, 따분하고, 의미 없게 느껴졌다. 그렇게 점점 고독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렇다고 한 번 뜨이기 시작한 눈을 다시 감을 수는 없었다. 주변을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마음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원래부터 감정기복이 없고 선천적인 기질이 온순한 편이었던 내가 책을 읽고 보니 왜 내가 평소에 마음이 차분한 건지, 왜 사람들이 이런저런 일에 많은 신경을 쓰는지 더 잘 알게 되었다. 행복을 곁에 두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 그렇게까지 화낼 일이 아닌데 분노를 억누르지 못해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런 걸 해소하지 못해 고여만 가는 게 너무 답답했었다.


그런 내가 글쓰기를 발견하게 된 건 천운이었다. 그 어디에도 속뜻을 풀 데가 없었는데, 우연히 글쓰기를 하면서부터는 하고 싶은 말이 생길 때면 거리낌 없이 글을 쓰면서 해소하기 시작했다. 속에서 들끓는 것들을 조금씩 글로 풀어내다 보면 어느새 한 편의 글이 금세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런 글을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발행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변 사람들은 다 이상하게 생각하기만 했던 나만의 독특한 사상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더욱더 글쓰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의외로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다. 보통은 잡생각에 빠져 있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기 때문에 제대로 볼 틈이 없다. 하지만 작정하고 주변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눈과 마음에 들어오는 현상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재료 삼아 스스로에게 질문도 해보면서 깊은 사유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남들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견해가 생겨난다. 그렇게 본인만의 고유한 사상이 담겨 있는 걸 글로 뽑아내면, 자기 눈에도 꽤나 괜찮게 보이는 진한 글이 써진다. 글은 진심이 담길수록 빛이 나는 법이다. 이렇게 글쓰기의 진정한 매력을 느낀다면 쉽게 헤어 나오긴 힘들 것이다.


사람은 다 똑같다. 내가 했던 생각이라면 다른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면 나도 할 수 없다. 글쓰기는 잘 쓰는 사람이 잘 쓰는 게 아니라, 쓰는 사람이 잘 쓰는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은 타고난 사람이 아니다.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결국엔 행동하는 사람일 뿐이다.


글을 많이 써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손가락을 움직이기 전까지는 어떤 글이 나올지 전혀 상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일단 써보는 게 중요하다. 평소에 할 말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조차도 글을 쓰다 보면 의외로 많은 것들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본인이 얼마나 하고픈 말이 많았었는지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상담을 하면 상대방이 어떤 해답을 준 것도 아닌데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해소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하게 되면 본인도 미처 몰랐던 속에 쌓였던 것들이 조금씩 해방이 되면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글쓰기는 어렵다'라는 그 생각이 사람을 옭아매는 것뿐이다.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이 아닌 이상 뭐라도 써낼 수 있다. 쉽게 생각하고 쉽게 써 보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마 어디 가서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마음 깊은 곳에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전 04화글쓰기가 어려운 2가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