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난이도는 생각이 결정한다

모든 생각은 내 생각이 아니다

by 달보


누구는 글쓰기가 쉽다고 하고, 누구는 글쓰기가 어렵다고 한다. 누구는 글쓰기를 할 때 쉽다 어렵다와 같은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고 글만 쓰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사람에 따라서 글쓰기의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다. 각자 글쓰기에 대한 벽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능의 차이라기보다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 달라서 그렇다. 풍부한 글감이 있는 것도 좋고, 재능도 좋지만 글쓰기를 대하는 글쓴이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태도가 건강하지 못하면 꾸준하게 글쓰기를 할 수가 없다. 꾸준히 글을 쓰지 못한다면 당연히 좋은 글도 쓸 수 없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건 글쓰기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 아직 서툴기 때문이다.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자신도 모르게 세워놓은 필터링의 기준이 너무 단단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마음속에 있어도 정제되지 않은 필터를 거치면 남는 게 거의 없기 때문에 쓸만한 게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달리 말해 쓸만한 이야기, 좋은 글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며 본인 마음에 당장 들어있는 것들은 무시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까지 써도 될까',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와 같은 생각들이 글쓰기를 하나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생각을 유연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


글은 쓰자마자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 내용이든 상관없으니 편하게 쓰고 보면 된다. 뭘 쓰든 개인의 자유이며, 내용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은 일단 마음에 들어 찬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난 뒤에 하면 좋을 법한 절차다. 자신의 이야기는 꺼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글쓰기는 자신을 깊게 관찰하는 일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볼 만한 용기가 없다면 당연히 글쓰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본인을 돌아볼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글쓰기는 그 자체로 고역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할 마음이 없다면 좋은 글은 기대하기 어렵다. 자기 자신을 조금씩 천천히 열어본다고 마음먹는 게 좋다.




몇 번 써보지도 않고 글쓰기는 당연히 어렵다고 치부하는 건 곤란하다. 마음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만 하면 되는 게 글쓰기의 전부다. 대개 글쓰기에 관한 문제는 꾸준히 오래 쓰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본인은 엉망이라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어떤 글이든 꾸준히 쓰다 보면 조금씩 자신을 알아가게 되고, 평소에 무슨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는지 알게 된다. 글쓰기란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작업이다. 글쓰기를 오래 하면 할수록 글쓴이에게 가장 큰 보상이 돌아간다. 스스로를 잘 알게 되는 것만큼 뜻깊은 일은 없다.


글쓰기가 어려운 건 생각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어렵게 하는 건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경험하기 위해선 생각을 쉽게 조절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필요한 건 바로 '작은 행동'이다. 습관에 관한 수많은 명저에서도 습관 만들기에 있어서 중요한 건 행동단계의 난이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한다. 글쓰기는 생각만 쉽게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생각의 차이로 모든 게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충이라도 쓰고 본다는 생각, 오늘은 딱 한 문장만 쓰고 말겠단 생각, 문맥 따위는 모르겠고 오늘은 500자만 쓰고 본다는 생각처럼 단순화시키는 게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나도 글쓰기가 어려울 때면 항상 마음을 단순하게 먹으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사람들은 생각 때문에 많은 행동에 동기부여를 받기도 하지만, 생각 때문에 수많은 행동이 제한당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생각은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각은 그 누구의 소유가 아니다. 내 머릿속에 일어나는 생각이라고 해서 그런 생각들에 집착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저 내 뇌를 잠시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일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전부 자기 생각이라고 부여잡지 못해 안달이다. 생각을 내려놓으면 그 뒤에 진정한 자신이 있다. 일단 글을 무작정이라도 쓰고 보는 건 내 것도 아닌 생각들의 장막을 걷어내기 위한 기초작업이기도 하다. 한참 쓰다 보면 조금씩 진짜 나의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그런 경험을 자주 접하다 보면 진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나갈 수 있다.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려야 한다. 생각을 잘하면 좋은 글도 쓸 수 있지만, 우선 생각을 경계하고 활용하는 능력부터 길러야만 할 것이다.


생각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다신 돌아오지 않을 황금 같은 세월을 낭비하는 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우린 어제를 지나왔고, 내일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오늘 지금 이 순간밖에 없다. 생각에 지지 말자. 생각은 일종의 도구다. 생각은 내가 아니다. 생각에 전혀 휘둘릴 필요가 없다. 생각을 써먹자. 생각 때문에 그동안 많이 휘둘렸겠지만, 생각을 잘만 활용한다면 그만한 천군만마도 없을 것이다. 어차피 죽기 전까진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생각을 친구로 만들자. 그럴 수만 있다면 생각은 세상 든든한 지원군이자 훌륭한 무기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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