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컴퓨터 메모장으로 글 쓰는 이유

방해받지 않는 환경설정이 중요하다

by 달보


글쓰기는 몰입이 관건이다. 아무리 글감이 떠오르지 않고, 이후에 무슨 내용이 써질지 모른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어쩌다 다시 몰입이라도 하게 되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순식간에 많은 양의 글을 써버린다. 몰입하기 위해선 주변환경이 중요하다. 아무리 의지가 강해봤자 주변에 방해요소가 많으면 몰입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글쓰기를 시작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언젠가 처음 보는 무인카페를 갔다가 카페주인이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잘못 적어 놓은 바람에 인터넷 없이 글을 쓰게 된 적이 있었다. 사실 와이파이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소를 옮기려고 했었지만, 움직이기 귀찮아서 그냥 메모장을 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 그날이 내가 가장 몰입해서 글을 쓴 날 중 하루였을 것이다. 그만큼 몰입이 잘 됐었다. 사실 글을 쓸 때 인터넷은 굳이 필요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와이파이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소를 옮기려 했던 것도 내심 부끄러웠다. 여하튼 그날 일어난 해프닝 덕분에 난 종종 집중이 되지 않을 때면 인터넷을 끊고 메모장을 열어서 글을 쓴다.


글쓰기는 아주 찰나의 순간에 순간적으로 뽑아내는 양이 월등하게 많을수록 좋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약 4시간 동안 글을 쓴다고 하면 그중 4시간을 계속해서 글만 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글이 써질 때 확 써버려야 어느 정도 분량을 채울 수가 있다. 틈새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쓸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면 한없이 늘어질 수도 있단 말이다. 이를테면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인터넷을 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 뉴스의 헤드라인을 클릭하게 될 수도 있다. 잠깐 보고 말 줄 알았던 것이 다음의 기사도, 그다음의 기사도 읽다 보니 결국 집중력과 의지는 소멸되고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충분히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 컴퓨터를 켜자마자 메모장을 열어서 글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알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써먹어 볼 때가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인터넷 없이 메모장만 열어서 미친 듯이 글을 한 번이라도 써 본 경험을 하게 된다면, 생각보다 그 방법을 자주 활용하게 될 수도 있다. 찰나의 순간에 폭발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만큼 찰나의 순간을 뺏기면 평소 쓰던 양의 절반도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글을 바로 쓸 수 있는 환경설정을 잘해놓는 게 중요하다.


나도 한 명의 인간이라 시선과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환경설정을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컴퓨터 바탕화면은 지울 수 있는 건 다 지우고 폴더 하나에 집어넣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컴퓨터를 켜자마자 메모장을 열어 바로 글을 쓰는 것이었다. 잠깐 카카오톡을 확인한다고 pc카톡을 열거나,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단 답시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자칫하면 그날은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잘 세우는 게 좋다. 자기가 정해놓은 꼭 써야 할 만큼의 분량이 있는데 그걸 아직 완료하지 못했다면 무조건 글부터 쓰는 게 좋고, 이미 적당한 분량을 채웠다면 마음 놓고 자유롭게 할 거 하는 게 좋다. 글 쓰는 습관을 들이는 입장에 있다면 컴퓨터를 켜자마자 메모장을 열고 글을 써 보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해보면 생각보다 엄청난 몰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괜히 작업표시줄에 메모장을 고정시켜놓고 즐겨 쓰는 게 아니다. 메모장에 글 쓰다 보면 단순한 게 얼마나 힘이 강한지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언제나 간편하고 단순한 게 뭔가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데 있어서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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