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기준은 무시하고 대충 쓰자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는 방법

by 달보


아무리 엉망진창으로 시작하는 글이라도 일단 쓰고 보는 게 중요한 이유는, 쓰다 보면 내면의 어딘가를 건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모든 게 완벽한 상태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구색을 다 갖춘 상태에서 글을 쓴다 해도 쓰다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글쓰기다. 막상 쓰다 보면 생각보다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대충 휘갈겨 쓴 듯한 글에서 흡족스러운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글쓰기는 삶과 닮은 점이 많다. 생각대로 흘러가는 법이 잘 없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최대한 많이 써 보는 수밖에 없다.


계속 써 봐야 한다. 마음에 들거나 말거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하다. 매일 이상한 글만 쓰다가 어쩌다 한 번 좋은 글이 나와 여기저기 노출도 되고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되더라도 너무 들뜨지 않아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푹 빠지는 것도 안 좋지만, 좋은 기분에 너무 심취하는 것도 꾸준히 전처럼 글을 쓰는 데 있어서는 상당히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는 잘 쓴 글보다는 그러지 못한 글을 훨씬 더 많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꾸준히 글을 쓰는 데 있어서는 가장 현명한 태도다.


글에 담긴 내용 자체만으로는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글쓴이가 글에 불어넣는 기운도 중요하고,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의 상태와 세상의 분위기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친다. 갖가지 요소들이 뒤범벅되어 운 좋게 조합이 훌륭하게 얻어걸리면 비로소 좋은 반응이 터지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글 자체가 좋아야 이 모든 게 성립되는 건 맞지만, 글 하나 잘 썼다고 모든 성과가 이뤄지는 게 아닌 것을 숙지하고 있으면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 초심은 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니, 초심은 오히려 변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그만큼 달라졌는데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다시 돌아가려는 것 자체가 그간의 경험을 무시하는 것이며,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건 일종의 선입견에서 피어나는 생각이라고 본다. 우리가 유지해야 할 건 초심이 아니라, 평정심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너무 들뜨지도, 너무 쳐지지도 않는 그런 마음을 유지해야 꾸준함을 발휘할 수 있다.


훗날 글쓰기가 삶에 완전히 스며든다 해도 얼마든지 이상한 글은 쓸 수 있다. 단지 그 빈도수가 더 좋은 글을 많이 쓰는 쪽으로 넘어올 뿐이다. 글 몇 편으로 인생을 단숨에 뒤집어엎겠다는 망상에 빠진 게 아니라면, 그저 꾸준히 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정신적으로도 몸적으로도 가장 좋은 방법이다. 복잡할수록 인간의 생각은 산으로 가기 때문에 중요도가 높은 활동일수록 단순화시키는 게 좋다. 잘 쓰려고 하면 가끔은 잘 쓸 수 있겠지만, 잘 쓰지 못한 대부분의 시간들이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오늘 썼다'라는 사실에 만족하고 많이 쓰는 것에만 집중하면 잘 쓰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훨씬 스트레스가 덜 할 것이다. 경험상 잘 쓰려고 할 때보다 많이 쓰다 보니 잘 쓴 글이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사람은 일단 한 번 시작하면 알아서 잘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건 꾸준히 하는 걸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꾸준히 하는 걸 어려워하는 이유는 그때그때 시작하는 게 상당히 번거롭기 때문이다. 하루 5,000자 글쓰기를 목표로 하는 사람과 하루 1,000자의 글쓰기를 목표로 하는 사람 중에서 과연 누가 더 글쓰기를 오래 할 수 있을까. 하루 1km를 뛰기로 한 사람과 하루 10km를 뛰기로 한 사람 중에 누가 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달릴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뭐든지 작고 간단하게 시작해야 한다. 일단 시작하면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게 인간의 지닌 잠재성이기에 그런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사람만이 결국엔 승자가 된다.




글감을 모을 땐 단어 하나로도 족하다. 글을 쓸 땐 한 문장만 써도 괜찮다. 블로그에 글을 쓰더라도 '평균 몇 천자 이상은 쓰는 게 좋다'와 같은 말은 무시해도 된다. 기준은 자신의 현 상태에 맞추는 게 가장 적절하다. 남들과 나는 엄연히 다른 존재라는 것과 그들과 나는 전혀 다른 상황을 살아간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나보다 앞서 간 듯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배우는 것도 좋지만 배우는 만큼 흔들리고 휘둘릴 거라면, 차라리 조금 더디더라도 당당하게 자세를 굽히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조금씩 개척하며 나아가는 게 훨씬 낫다.


뒤쳐진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들보다 내가 못났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글쓰기가 좋은 점은 전엔 알지 못했던 자신의 갖가지 모습을 깊이 알게 된다는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본인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갈수록 스스로가 얼마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남들과 달라서 문제라고 생각했던 내가 오히려 남들과 달라서 참 다행이라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면 그때부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쓰기는 그래서 좋은 것이다. 자신만을 기다리고 있는 신세계를 경험하기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쓰는 게 정말 중요하다.


꾸준히 글쓰기를 하기 위해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방법보다는 자신이 언제 어떻게 글쓰기를 하기 힘들어하고 결국 포기하게 되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본인이 유독 막히는 특정 상황을 형성하는 상황이나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하는 쪽이 글쓰기는 물론 어느 습관을 들이든지 간에 훨씬 좋은 전략이다. 간단하고 쉽게 쓰자. 무리하지 말자. 기준을 낮추고 마음을 편하게만 먹어도 글쓰기는 한껏 수월해진다. 조금씩 한 걸음씩 걷는다고 생각하면 훨씬 낫다. 단번에 대작을 쓰려는 욕심은 버리고, 조금씩 토막글을 잘게 쪼개서 쓴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좋은 글은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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