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매일 뭘 쓸지 잘 모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기회를 날리지 말자

by 달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1,000자 이상의 글쓰기'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을 쳐다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젠 책도 글쓰기를 위한 독서로 방향이 기울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글쓰기로 하루를 시작하면 그날은 뭘 해도, 뭘 하지 않아도 괜찮은 풍요로운 하루가 된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로써 하루의 시작을 열었기에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욕심이 많은 새벽에 이미 충분한 글을 썼지만 퇴근하고 나서도 저녁에 카페로 가서 글을 좀 더 쓴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은 잠시 거쳐가는 곳뿐이며 부업이라고 여기고 있다. 난 이미 글쓰기가 내 본업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턴가 이렇게 인생이 온통 글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중심에는 물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도 있다.


내 일상은 이게 전부다. 내가 한 달에 쓰는 돈은 카페 가서 한 잔씩 마시는 아메리카노 값이 전부다. 만약 누군가 내게 선물을 하게 된다면 아마 내가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것이다. 필요한 물건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원하는 것도 없다. 글쓰기라는 일을 발견하고 나서부터는 이미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할 게 없는 삶이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임에 들게 되었다. 그렇게 글쓰기에 남다른 애정 가진 사람들과 이런저런 교류를 하다 보니 알게 된 건, 매일 쓰는 것만큼은 내가 상위권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또는 글쓰기 관련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조차도 매일 쓰는 건 힘들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왜 매일 쓰는 건 힘들어하는 건지, 나와의 차이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한 번 생각을 해봤다.




부담감

난 전문지식이 없다. 나름 열심히 살긴 했지만,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이곳저곳 옮겨 다닌 일이 많았다.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쌓긴 했지만 딱히 내세울 만한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었다. 사실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삶에 들이기 전엔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었다. 나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없다고 생각하니 꾸준히 글을 오래도록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단 글을 쓰다 보니 꾸준히 오래도록 글을 쓰는 데 있어서는 전문지식이 딱히 필요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나도 처음에는 뭔가 해박한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 있어야 쓸만한 것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쓰려고만 한다면 어떡해서든 써지는 게 또 글쓰기였다.


오히려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정체 모를 부담감에 의해서 글쓰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너무 많이 알아서일까. 알고 있는 게 많다 보니 생각이 많아서일까.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글쓰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전문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생각을 훨씬 복잡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생각은 적당히 하면 좋지만, 너무 많은 생각은 행동을 가로막는 주범 중에 주범이다.


특히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글을 쉽게 쓰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 작가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니 만큼, 다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라 그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부족한 글을 보여준다는 걸 두려워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부족한 글이 이런저런 평가로 난도질당할까 봐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브런치는 생각보다 그리 대단한 곳이 아니다. 그냥 글쓰기에 최적화된 인터넷 플랫폼 중 하나일 뿐이다. 브런치는 평가로 난도질당하는 일종의 시험대가 아니다. 단지 컴퓨터 메모장 같은 '또 하나의 쓰는 공간'일뿐이다.




난 브런치에 겁을 집어먹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정말 브런치라서 글을 써 올리는 게 부담스러운 건지, 고치고 다듬을수록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말이다. '내 글이 부족하다'라고 생각하는 마음은 역설적으로 '적은 노력으로 잘 쓰인 글을 바라는 욕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글쓰기를 망설이는 근본적인 원인이 욕심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나도 욕심은 많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만큼은 하늘도 찌를 태세다. 하지만 욕심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난 욕심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욕심이 많아서 새벽에 일어날 수 있는 의지를 돋운다. 욕심에 눈이 멀어서 사랑하는 아내와 보낼 수 있는 시간마저 조절해 가며 글을 쓰고 있다.


만약 글쓰기를 방해하는 원인이 욕심이 아니라 진짜 두려운 마음에 내면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거라면, 남들과 비교를 하며 용기를 얻는 방법도 있다. 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망상의 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경계를 하는 편이지만, 그런 비교심리도 써먹을 땐 유용하게 써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런치에 글 쓸 엄두가 나지 않을 때마다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검색해 보면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한 글을 찾아보긴 힘들다는 걸 알 수 있다. 브런치 메인에 올라온 글이라고 해서 막상 클릭해서 들어가 보면 라이킷 수와 댓글 수가 현저히 미미하거나 악플로 도배된 글이 있을 수도 있다. 사실 모든 글은 읽는 사람만의 주관적인 해석으로 나뉘기 때문에 평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내 눈에 별로인 글은 별로인 것이다. 그런 글을 일부러라도 찾아내 글 쓰는 용기를 얻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지만,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면 비교라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모든 변화는 생각에서 출발하지만 그 끝은 행동에 있기 마련이니까.




고정관념

난 실제로 매일 새로운 글들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무슨 글을 쓸지 알고 쓰는 것도 아니다. 나도 항상 뭘 쓸지 잘 모른다. 그냥 무작정 한 문장부터 쓰고 보는 것이다. 글감은 딱 거기까지만 도와준다. 첫 문장을 시작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데서 끝이다. 그 뒤로부터는 내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풀어가며 쓸 수밖에 없다. 글을 매일 쓴다고 해서, 매번 글쓰기가 술술 물 흘러가듯 되는 것도 아니다. 나도 막막할 때가 많다. 컨디션 때문일 수도 있고, 글근육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언제나 글은 쓰다 보면 막히는 구간이 항상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개의치 않고 어떡해서든 끝까지 쓰려고 노력한다. 물론 억지로 글을 쓰면 정말 형편없는 글이 나오긴 한다. 근데 생각해 보면 어차피 각 잡고 반짝이는 영감을 토대로 글을 쓰더라도 초고는 모두 쓰레기다. 마음먹고 글을 쓴다 한들 평소보다 조금 덜 형편없는 글이 써질 뿐이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려는 태도와 마음가짐이다. 구성이 갖춰진 글을 쓴다는 생각은 버리고, 오직 쓰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이 줄어들 수도 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헤밍웨이의 명언을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머리로 기억하고 완벽히 이해를 했다고 해서 실제로 잘 되지도 않을 것이다. 머릿속으로는 '좋은 글을 써야 한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니까 말이다. 그런 방해공작을 뚫고 그냥 무작정 쓰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쓰려고 했으면 어떡해서든 써내야 한다. 그런 순간에 튀어나오는 형편없는 글들이 나중에 어떤 글로 빚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 그렇게 힘이 빠질 때는 브런치에 접속도 하지 말라. 글쓰기는 그 어떤 플랫폼도 필요 없다. 손글씨라면 종이와 펜만 있으면 될 것이고,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윈도우 시스템에 기본적으로 설치 되어 있는 메모장만 있어도 된다. 인터넷은 필요 없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부담 없이 글을 쓰기에는 메모장이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아무리 브런치가 글쓰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플랫폼이라고 해도, 컴퓨터 메모장에 비하면 이런저런 방해되는 요소가 상당히 많은 축이다. 일단 인터넷을 열고 접속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잡념이 들어찰 만한 여지가 매우 많은 것이다.




메모장을 열어도 안 되고 도저히 손가락이 움직여지질 않는다면 그땐 비로소 책을 읽을 때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원래 인풋이 없으면 아무것도 쓰지 못한다. 속에 뭔가 들어차 있어야 뭐라도 쓸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글을 쓸 수 있는 건 의식적으로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그만큼 속에 든 게 많아서 가능한 일이다. 글쓰기의 동력은 깊은 사유에서 나오지만, 사유의 땔감은 주로 독서나 다양한 실제 경험을 통해서 얻는 것이다.


특히나 독서는 가만히 앉아서 통찰력과 혜안을 얻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일수록 내용이 어렵고, 머리 아픈 내용으로 가득할 수도 있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가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꾸준한 독서는 비로소 글쓰기를 할 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쓸 게 없다면 더 이상 괴로워하지 말고 '독서를 할 때가 왔구나'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치면 된다. 꾸준한 글쓰기는 그런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된다.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을 때 행동을 멈추는 건 그리 좋지 않다. 행동을 멈춘다면 그 부정적인 기운에 온몸이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미리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게 좋다. 예를 들면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자동적으로 '독서할 때가 왔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끔 버릇을 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여백을 메꾸는 본인만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면 멈추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는 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행동을 억제하는 고정관념에 묶이는 게 아니라, 행동을 불러일으키게끔 고정관념을 이용하는 것이다.


모든 건 해석하기 나름이다.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버리고, 내게 유리하게 써먹을 수 있는 거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잘 써먹으면 그만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만 있다면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는 뭐든지 활용하는 게 좋다. 잔머리가 잘 굴러갈수록 더 좋다.




한가로운 주말 아침, 평소처럼 글을 쓰기 위해서 카페로 걸어가던 길에 '오늘은 뭘 쓰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해 번뜩이듯 글쓰기에 임하는 나만의 생각을 써 봤다. 난 항상 무슨 글을 쓸지 모르는 상태에서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린다. 그렇게 몇 글자 적어내기 시작하면 쓰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내용이 나오기도 하고, 생각보다 형편없는 글이 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 자신을 들여놓으면 뭐라도 써낸다는 것을, 글쓰기를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고이 전하고 싶다.


출간 작가도 아니고 그렇다 할 대단한 성과도 없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한편으론 웃기기도 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내 글을 통해 한 단어라도 더 끄적이게 되는 기적을 기대며, 부족하지만 용기를 내서 이렇게 또 한 편의 글을 써 본다.


오늘은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이다.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닌 생각, 고정관념, 망상, 착각, 두려움, 불안감 때문에 소중한 시간과 기회를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처 알지 못했던, 그 자체로 찬란하고 기적에 가까운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글을 쓰면서 매일 조금씩 발견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저만치에서 나의 관심을 갈망하고 있던 어린아이를 부디 글을 통해 만나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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