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기 전에

브런치 작가신청을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by 달보


난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 블로그에서부터 이미 글을 쓰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우연찮게도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하게 되었고, 블로그에 쌓였던 글 덕분인지 한 번에 작가심사를 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바로 쓰진 않았다. 사실 난 브런치에 글을 쓸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었다. 이제 와서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만 해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그냥 '아, 운이 좋았구나'라고 생각하고 말 정도였다. 다만, 블로그에서라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었기에 뒤늦게나마 브런치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달리 말해 글 쓰는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면, 작가승인을 받아놓고도 계속 브런치를 방치했을 것이다. 물론 브런치 작가승인도 받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처음부터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덤벼든 게 아니어서 그런지, 애초부터 '브런치 작가 되는 법'같은 글이나 영상을 찾아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는 방법에 대한 컨텐츠가 생각보다 꽤 많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대여섯 번이나 도전했지만 떨어진 사람도 있었고, 한 두 번 해보고 포기한 사람도 많은 모양이었다. 심지어 실제 오프라인 독서모임에서 만나게 된 한 분은 브런치 작가신청을 무려 8번 째나 도전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만큼 누군가에게는 아주 쉬운 관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해도 해도 안 되는 게 바로 브런치 작가승인이라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어렴풋하게나마 깨닫게 되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반 년동안 700명 이상의 구독자와 5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동안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글을 쓰다 보니 벌써 400편이 넘는 에세이를 발행했다. 그만큼 이젠 어느 정도 브런치와 친해졌다고도 생각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글을 쓰는 와중에 가끔은 브런치 작가신청에 도전한다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방향을 조금 잘못 잡고 있는 듯했다.


브런치 작가승인을 받는 사람들이 방향을 조금 잘못 잡고 있다고 생각했던 건, '브런치 작가 승인만을 받기 위한 글'을 쓴다는 것이다. 뭐든지 힘이 많이 들어가서 좋을 건 없다. 브런치 작가승인을 받으려는 욕망이 글에 진하게 깃들수록 작가 심사가 통과될 확률은 오히려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만큼 작가 본인의 개성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뭔가를 얻어내기 위한',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이 아닌' 글들은 그만큼 티가 나기 마련이다. 브런치 관계자들이 원하는 작가가 자신들에게 잘 보이는 작가는 단연코 아닐 것이다. 그들은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작가를 원한다. 그러니 오직 작가승인을 받기 위해 글을 쓰는 건,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물론 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할 법한 정석적인 루트로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아낸 건 아니다. 하지만 브런치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고 보니, 어떻게 하면 브런치 작가승인을 받는 데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건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글 쓰는 습관부터 들이는 것'이다. 의외로 브런치 작가심사를 통과하고 나서 현타가 오는 사람들이 많다. 막상 브런치 작가가 되었지만,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글 쓰는 습관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사람은 글감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도, 주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도 막막하다. 그도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나름의 심사를 통과하고 글을 올리는 곳이 바로 여기 브런치라, 아무 글이나 올리면 안 될 것만 같은 부담감에 눌리기도 한다. 아예 한 편도 올리지 않거나, 몇 편 쓰다 만 흔적들이 많은 건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애초에 글 쓰는 습관이 없으면 브런치 작가신청을 통과하더라도, 알찬 브런치 활동을 하게 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괜히 애먼 곳에 노력을 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건 '브런치 작가승인을 빨리 받고 싶은 마음'이 불러오는 일이기도 하다. 난 글 쓰는 습관만 들이면 브런치 작가승인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브런치 작가승인을 받는 데만 신경을 곤두세우면, 작가 심사를 합격하더라도 글 쓰는 습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꾸준히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나름의 루틴부터 구축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공략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 작가가 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단지 하나밖에 없다. 쓴 글을 공개발행할 수가 있느냐, 없느냐 그것뿐이다. 달리 말해 글 쓰는 데 있어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말이다. 어차피 브런치 작가 심사가 통과되었다고 해도, 초반에 올리는 대부분의 글은 반응이 미미하다. 나도 처음 브런치에 글을 발행할 때는 하루 전체 조회수가 10도 되지 않았던 날도 많았다. 그러니 글 쓰는 습관을 먼저 자리 잡기 위해서라도 그냥 아무 생각 말고, 본인이 쓰고 싶은 주제를 편하게 초연한 마음으로 써나가는 게 좋다. 브런치에 있는 '작가의 서랍'에 비공개로 써서 저장해도 되고, 다른 블로그에 한 편씩 올리는 것도 좋다.


주제선정이나 글감 찾는 방법 같은 건, 꾸준히 계속 글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면서 윤곽이 뚜렷해진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늘도 미루지 않고 뭐라도 써내는 것'이다. 그것 말고 나머지는 다 부차적인 문제다. 아무리 컨셉이 좋아도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어도 쓰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 어떤 강한 의지도 쓰지 않으면 점점 위축되기 마련이다. 사실 의지는 기본적으로 내재된 어떤 능력이 아니라, 행동을 실천함으로써 점점 키워나가는 것이다. 특히 글쓰기는 쓰면 쓸수록 의지가 단단해진다.




브런치 작가승인을 받고 싶다면, 오히려 작가승인에 대한 생각부터 내려놓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그래야 글을 편하게 쓸 수 있다. 가뜩이나 글을 처음 쓰는데 마음도 이런저런 잡념들로 인해 불편하다면, 마음 안에 들어 있는 귀한 원석들을 제대로 다듬지 못한다. 글쓰기를 하게 되면 좋은 점이 자기 자신에 대해 점점 깊이 알게 되면서 자신감이 붙는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본인도 생각보다 꽤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글쓰기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장점 중 하나다. 이런 보상은 브런치 작가승인 따위를 받기 위한 글을 쓴다면 결코 얻지 못하는 아주 귀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조금 더 깊이 발견한다고 생각하고, 매일 꾸준히 글 쓰는 연습부터 들이는 게 좋다. 작가승인은 그저 영혼 없이 중간중간에 기계처럼 신청만 하고 잊어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떨어지면 다시 신청하면 될 일이다. 가장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것은 꾸준히 글을 쓰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다. 글 쓰는 습관이 없다면 브런치 작가가 되어도 의미 없다. 물론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글 쓰는 습관이 잡힐 수도 있지만, 어차피 작가승인을 받고 나서 해야 할 일이라면 미리부터 하는 게 좋다는 말이다. 가뜩이나 시간도 에너지도 한정적인데 굳이 일을 쪼개서 할 필요는 없잖은가.


브런치 작가 신청, 생각보다 별 거 없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이가 잘 보여야 될 사람은 브런치 관계자들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내 안의 나와 합심을 이룬다면 그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할 게 없다. 그런 깨달음을 얻는 것만으로도 브런치를 시작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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