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독서는 필수다
글쓰기는 경험이 없으면 쓰지 못한다. 한두 편 정도는 무리 없이 쓸 순 있겠으나, 꾸준하게 쓰려면 그만한 재료들이 필요하다. 사람은 끊임없는 생각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그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에 윤곽을 부여하고 내 것으로 가져오기 위해선 '경험'이라는 모험이 필요하다. 여기서 경험은 꼭 직접 몸을 움직여서, 어딜 가야만 하는 그런 경험을 말하는 게 아니다. 경험에 대한 인식을 조금 더 넓게 확장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해보지 못한 곳을 가보고,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도 좋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는다면 독서만 한 게 없다.
아주 당연한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독서는 글쓰기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가 만약 독서량이 쌓이지 않은 채로 글을 썼더라면, 이렇게 노트북을 열자마자 바로 글을 쓰지도 못했을 거니와 여태껏 그 수많은 글들은 절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독서를 해야 하고, 독서를 하는 사람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독서를 해야 쓸 거리가 생겨나고, 읽은 내용은 직접 써 봐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을 달달 외우는 건 진정한 독서의 목적이 아니다. 그런 걸 암기하고 다니면 지식으로서의 활용은 어느 정도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다. 하지만 책에서 읽은 내용을 재료 삼아 직접 글로 써 보면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전에 없던 지혜를 조금씩 머금게 된다. 아무리 스스로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은 그야말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재료이며, 그것들이 책 속의 내용과 결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내 안에도 정제되지 않은 수많은 보석이 들어있는지는 꾸준히 읽고 쓰면 알게 된다. 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각자만의 보석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보석이라는 형태가 고정적인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이라는 귀한 존재를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책을 읽어볼 수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으로 쓰든, 노트북이든, 손글씨든 간에 언제 어디서나 시간만 낼 수 있다면 글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책도 글쓰기도 할 겨를도 없이 세상이 쏟아내는 컨텐츠에 짓눌리게 된다. 자극적인 것에 이끌리는 본능을 지닌 사람은 컨텐츠의 폭풍을 당해 낼 재간이 없다. 그런 것들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바운더리를 확실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내 경험상 그 바운더리를 구축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됐던 건 바로 독서와 글쓰기였다. 독서가 나와 외부의 영역이 따로 존재한다는 걸 일깨워줬다면, 글쓰기는 내 주변에 나만의 선을 선명하게 그릴 수 있게 도와주었다. 쓰면 쓸수록 나만의 영역이 짙어지는 그 느낌이 좋아서 중독된 것마냥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쓸 수 있었다.
독서는 대가가 드러나지 않는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전적 대가를 받는 것 이상의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이유는 나 자신의 변화를 매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보상이 불어나는 것은 잠깐동안은 짜릿한 행복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순 있겠으나,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그런 건 조금만 지나면 더 많은 무언가를 더 많이 원하게 된다는 악순환에 갇히는 게 심각한 문제로 남는다. 인간이 더, 더, 더를 원하는 욕망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만큼 저주받은 삶도 없다.
반면에 실질적인 내면의 변화를 매일 느낀다는 건,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나를 지탱하는 거대한 버팀목이 형성되는 것과도 같다. 그 버팀목 하나로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돈독해진다. 평생을 외면하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나는 언제나 거리낌 없이 나를 반겨준다는 걸 책일 읽고 글을 써 보면서 알게 되었다. 글은 많이 쓰면 쓸수록 좋다. 과할 정도로 많이 써도 나쁠 게 하나도 없다.
글을 많이 썼을 때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은 자기 자신과 세상을 좀 더 자세히 알아가는 것이다. 많은 글을 쓰려면, 그만큼 많이 읽어야 한다. 마음에도 없는 내용을 글로 써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인간의 기억이 미치지 못할 뿐, 한 사람이 글로 써내는 모든 것들은 이미 마음속에 들어있던 것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나도 책 속의 내용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 소멸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글을 써 보니 상상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 방대한 양의 지혜들이 내 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지혜가 얼마나 더 들어 있을진 모르겠지만, 끝을 볼 작정으로 쓰고 쓰고 또 쓰다 보니 미처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의 수많은 글을 쓰게 되었다. 얄팍한 지식이었던 것들이 고결한 지혜로 굳어지고, 지혜가 쌓이는 만큼 나와 세상에 대한 시야가 좀 더 선명해지는데,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