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을 긁어모을 수 있는 방법

글감이 쌓이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by 달보


꾸준할 글쓰기를 하기 위해선 풍부한 글감이 있으면 좋다. 한 가지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쓸 수 있을 만한 조건과 능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처럼 삶에 전혀 글이 없던 사람이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어떤 글감이라도 가리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막 쓰는 게 좋다. 글감은 주변에 널려 있다. 단지 평소에 주변환경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기에 글감을 모르고 지나치는 것뿐이다.


난 글 쓰는 재주는 여전히 빈약하더라도 글감 모으는 잔머리는 잘 굴러간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만큼 평소 지나치는 것들을 그냥 흘리는 법이 없고 최대한 많은 소재를 잘 담아둔다. 이것저것 긁어 모아도 결국 엇비슷한 글이 나올지 말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글은 써 보기 전까진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같은 글을 쓰더라도 안 쓰는 것보단 훨씬 낫기 때문에 글쓰기에 막힘이 없을 정도의 글감을 미리 모아두는 게 좋다.


글감을 잘 모으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하다.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글감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환경은 저마다 다르지만, 주변에 널리고 널린 게 글감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누구든 각자의 환경에서 글감을 수집할 수 있다.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혼자 멍 때리거나 사색을 하다가도, 심지어 지나가다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발견하더라도 글감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글감은 대단한 게 아니다. 단지 그때그때 일어나는 생각 전부가 글감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바나나', '선의의 거짓말은 나쁜 것인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화를 내지', '어떻게 저 풀은 저런 틈새에서 자라날까'와 같은 모든 것들이 다 글감이다.




한 편의 글을 쓸 때 처음부터 끝까지 구상을 하고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 같은 경우엔 단어 하나로 시작해서 쓰기 시작한 글도 상당히 많다. 그러니 평소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받아 적겠다는 마인드로 하루를 지내다 보면 글감으로 적을 만한 게 상당히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여기서 필요한 두 번째 조건이 바로 메모하는 습관이다. 떠오르는 생각 전부를 글감으로 바라보고, 그 모든 것을 어떡해서든 메모하다 보면 쓸 게 산더미처럼 불어난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는 직장동료와 대화를 하다가 머릿속으로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뒤에서 남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할까'와 같은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그 부분을 메모한다. 문장 전체를 메모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알아볼 정도만 메모하면 된다. '회사, 호박씨, 심리'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만 하더라도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글감이 쌓이게 된다. 무슨 대단한 주제를 글감 삼지 않아도 된다. 글감은 그저 가만히 있던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트리거에 불과하다. 단지 그 정도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되려 멈추는 게 힘든 관성의 법칙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글감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건, 글감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직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써 보니 글쓰기를 방해하는 유일한 요소는 오로지 생각밖에 없었다. 글이 써지지 않는 건, 필력이 부족해서 글감이 없어서 집중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생각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행동을 틀어막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에 묶이지 않으면 어떤 글이라도 쓸 수 있다. 한 단어로 시작해 금세 몇 천자의 글이 써지는 경우는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무수히 많이 겪게 된다. 글감이란 정말 손가락을 최초로 움직이게 만들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이런저런 글을 쓰다 보면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튀기 마련이다. 그래도 괜찮다. 아무 관계없다. 글쓰기 앞에선 쓰기를 멈추지만 않는다면 무엇이든 다 괜찮다.




아주 사소한 글감을 가지고도 글을 몇 번 써보면, 글감에 대한 인식이 대폭으로 확장될 수 있다. 글쓰기가 습관이 되면 어떤 단어나 문장을 가져와도 한 편의 에세이를 써내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아무 생각 없이 무미건조하게 숨만 쉬며 지내던 일상 속에서 어느덧 글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하면, 모든 것들이 이전보다는 좀 더 자세하게 보일 것이다. 이렇게 글쓰기는 글감을 찾는 노력을 하는 것에서부터 이미 삶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글은 또 다른 글을 낳는다. 글감은 글을 쓰는 와중에도 얼마든지 모을 수가 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글을 쓰다 보면 가끔 엉뚱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런 것들도 완전히 지우지 말고 별도로 저장해 두면 또 하나의 글감으로 남게 된다. 그렇게 글감을 수집하는 데 습관이 들면, 쓸거리가 넘쳐나서 문제일 정도로 상황이 흘러갈 수도 있다. 그런 문제는 상당히 좋은 문제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은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단지 더 나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느냐 아니냐로 나뉠 뿐이다. 고로 글감이 흘러넘쳐서 문제라면, 그야말로 행복한 문제를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장처럼 보이겠지만 난 실제로 그런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다. 노트에 글감이 쌓여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풍족해지는 이 느낌을 느껴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나와 같은 흡족한 기분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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