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아질수록 글쓰기는 어렵다

생각이라는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자

by 달보


책의 종류마다 독자에게 전하는 영향력은 각각 다르지만, 글쓰기에 관련된 책만큼은 궁극적으로 한 가지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안 쓰던 사람'을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나름 글쓰기 책이라고 읽었는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은 글을 쓰기는커녕 쓸데없이 사념만 늘어나 방해가 된다면 차라리 안 읽는 것만 못한 게 바로 글쓰기 책이다. 설사 노벨문학상을 탄 사람의 글쓰기 강의를 듣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글쓰기와 관련된 수업을 들어보면 물론 좋은 점도 많다. 하지만 글쓰기 수업의 효과는 제때 즉각적으로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많은 글을 써 봐야지만 배움의 진정한 효과가 일어난다.


글쓰기 수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책을 낸 적도 없는 내가 이렇게 글쓰기에 대한 글을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이유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수천 자의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건, '오늘도 어제처럼 쓰고 내일도 오늘만큼 쓰는 것'밖에 없다. 단지 '그냥 많이 쓰라'는 말 앞에서 대체 어떻게 많이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주제를 다룰지도, 어떻게 글을 매듭 지을지도 몰라 답답할 순 있다. 하지만 처음엔 누구나 막연하다. 그 막연함을 뚫어내는 건 각자에게 주어진 개인적인 과제다.




글쓰기를 처음 하는 사람이 글을 쓰지 못하는 건 뭘 몰라서가 아니라 온종일 생각만 하느라 쓰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무슨 생각 때문에 글쓰기를 망설이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오직 본인만이 알 수 있다. 사실 '무슨 글을 써야 할까'라는 생각 자체가 하나의 글감이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어떤 글을 써야 좋을지 모르겠다'라는 문장부터 시작하면 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 적는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을 받아 적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건 자신의 마음을 평소에 들여다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뿐이다. 살아 숨 쉬는 인간인 이상, 생각은 멈추는 법이 없다.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생각을 추출하는 절차를 밟아가며 글을 쓸 뿐이다. 글쓰기에 있어서 실력 같은 건 없다고 본다. 글쓰기는 생각 차이가 전부다. 생각을 달리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글쓰기지만, 생각을 바꾸지 못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게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에 관해서는 타인이 줄 수 있는 영향력이 극히 미비하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래서 더 매력 있다. 글쓴이가 스스로 성장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글은 써낼 수 없다. 글을 쓰다 보면 끊임없이 성장하게 된다. 어쩌다 상황이 운 좋게 맞물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글을 쓰게 되더라도 아주 찰나의 순간만큼은 자신이 훨씬 나아졌다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이전의 글을 다시 읽어보면 부족한 점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자신의 글을 공개적으로 꾸준히 발행한다면 독자들이 그런 상태를 더 잘 알아본다. 글은 곧 내면에 있는 자기 자신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감출 수 있는 게 아니다. 꾸며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로 좋은 글이란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를 받아들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고유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을 단순화시켜 손가락을 움직이게끔 하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좋은 글을 써야 한다', '사람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글을 써야 한다', '조회 수를 공략하는 글을 써야 한다'와 같은 생각들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글쓰기를 하는 도중에 할 게 아니라, 글을 쓰기 전에 평소에 하면 좋은 것들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쓰기 전부터 평소에 자신을 미리 갈고닦아야 한다는 말이다. 글쓰기는 글을 쓸 때만 잠깐 하고 치우는 그런 게 아니다. 평소 행실이 선한 마음과 결부되지 않으면 선한 글을 쓸 수도 없듯이, 글에 대한 욕심이 많을수록 평소에 글에 대한 생각으로 일상을 가득 채울 필요가 있다.


용기를 내서 쓴 글은 독자들로 하여금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남을 비난하는 부정적인 글은 독자들로 하여금 부정적인 생각을 일으킨다. 심하면 내가 쓴 글 때문에 누군가의 하루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 때문에 아무리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글이라 할지라도 되도록이면 부정적인 내용은 쓰지 않는 게 좋다. 그런 건 강한 자극이 일어난다는 것 말고는 좋을 게 별로 없다. 글에 진심이 담겨 있고, 꾸밈없는 담백한 글이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법이다. 글쓴이가 글에 담아낸 기운은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세상을 높은 곳에서 넓게 보는 만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생각의 깊이만큼 짙은 글을 쓰게 되고, 사람들은 그런 글에서 남다른 매력을 느낀다.



이전 01화글쓰기는 오늘의 나를 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