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를 담으면 독보적인 글이 된다
수많은 글쓰기와 관련된 책 그리고 실제 많은 작가들이 에세이를 쓸 때 너무 일기처럼 쓰지 말라고들 한다. 나도 글을 쓸 때 혼자 쓰는 일기처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난 개인적인 사색을 담은 에세이에 가까운 글을 자주 쓰다 보니, 너무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최대한 경계를 하는 편이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남들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걸 좋아한다. 좀 더 자세하게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 어중간한 지점을 공략하는게 여간 쉬운 게 아니지만, 한 편의 글을 쓰면서 자신만의 고유하고 진솔한 사상을 담는다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같은 에세이라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사건들만 줄줄이 나열된 글이 있고, 비슷한 일상을 보낸 글이지만 각각의 상황마다 글쓴이의 담백한 생각과 관찰이 첨가된 글이 있다. 당연히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글은 후자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을 글로 읽으면 지루하고 따분하다. 아무 생각 없이 쓴 글은 독자들로 하여금 별다른 자극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평범한 일을 겪었어도 그 과정에서 겪은 글쓴이만의 독특한 생각이 깃든 글이라면,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 만한 충분한 내용이 될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을 겪어도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꽤나 흥미롭다.
그렇다고 글을 쓸 때 굳이 독특한 생각을 담아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특별한 사유를 뽑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그 어떤 생각들보다도 평범한 생각을 불러올 확률이 높다. 자신의 글에 진정 특별한 사유를 첨가하고 싶다면, 정말 온전히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그대로 담아내려 노력해야 한다. 자신만의 진솔한 생각이 곧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나와 같은 존재는 없다. 그 말인즉슨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나와 같은 환경에서 똑같이 자란 사람은 이 우주에 아무도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을 잘 표현하기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가치를 지닌 사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똑같다'라고 생각하는 건 똑같다는 생각이 만들어 내는 착각일 뿐이다. 한 명의 사람이 하는 생각들은 애초에 언어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생각은 언어 이전의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같은 글자로 비슷하게 표현됐다고 해서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글을 써냈는데, 비슷한 시기에 나보다 빨리 나와 비슷한 글을 낸 사람이 있다고 해서 전혀 기죽을 필요는 없다. 조금만 파고 들어가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엇갈린 생각의 차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고정관념으로 벗어나는 것만큼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일도 드물다.
모든 사건들을 그냥 흘려보내기보다는 나만의 사유를 섞어 마음속에 잠시 담가낸다는 생각을 하면 좋다. 그럼 모든 일들에서 한 줄 이상의 담백한 글을 뽑아낼 수 있다. 글쓰기가 좋은 건 내가 맞이한 대부분의 일들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게 들어있다는 걸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기를 써봐도 기억한다고 생각했던 것 이상의 내용이나 생각들이 써질 때가 많다. 사람의 생각이 그리 믿을 만한 게 아닌 만큼 기억력도 마찬가지다. 기억은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닿는 인식의 끝이 그 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기억하고 있는 범위와 깊이는 전혀 다르다. 나도 글쓰기를 하기 전까지는 내가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기억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글을 써 보니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세상이 내 안에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기든 에세이든 소설이든 뭘 쓰기 전에 평소에 글을 쓰는 습관부터 들이는 게 중요하다. 단, 본인이 그때그때 했던 생각들을 최대한 순수하게 담아내는 게 좋다. 글쓰기는 그때 비로소 의미가 훨씬 깊어지는 법이다. 있는 일만 나열하는 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기계적인 숙제에 불과하다. 글에 생각을 첨가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면, 쓰다 보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문제는 충분히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뿐이다. 생각을 풀어쓴 경험이 부족한데, 처음부터 사유를 디테일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답답함을 순식간에 해소하려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모든 건 쓰다 보면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사실 내가 쓰는 글이 에세이냐 일기냐 하는 것도 충분히 써 본 다음에야 생각해 봄직한 것들이다.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한다면 무리하지 말자. 오직 쓸 때만큼은 이런저런 사념을 내려놓고 쓰는 데만 집중하자. 쓰다 말면 안 쓰니만 못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