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많이 써보는 수밖에
난 편법을 좋아한다. 어떤 작업에 착수하게 되면 일단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지부터 찾아보는 게 습관이다. 예를 들어 비슷한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할 일이 있다면 구글링을 통해 해당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진 매크로가 있는지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글쓰기 앞에서는 그 어떤 편법도 찾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동안 글쓰기에 푹 빠져 살다 보니 글쓰기 앞에서 편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글쓰기에 있어서 유일한 편법을 하나 꼽아보자면 최대한 많은 글을 빠른 시간 안에 쓰는 것밖엔 없다. 쓰고 쓰고 또 쓰는 것만이 글쓰기로 일어나는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매 꼭지마다 내가 무조건 많은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글쓰기 책도 다 비슷할 거라고 본다. 글쓰기에 대한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답변은 '그냥 써라, 될 수 있으면 많이'라는 것 말고는 생각나지 않는다. 많이 쓰는 게 최고의 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시간을 아껴주기 때문이다. 시간이 나면 무조건 많이 써보는 게 능사다. 얼핏 보면 무턱대고 글을 쓰는 게 길을 돌아가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글쓰기로 뭔가 성과를 내는 데 있어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글쓰기를 더 잘하기 위해서 어떤 강의를 듣는다거나, 글쓰기 모임을 드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데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원래 쓸 수 있었던 글은 쓰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수업 내용이 정말 좋았고, 실질적으로 활용을 잘한다면 그에 투자한 시간들이 빛을 발할 수 있지만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맞이하고 한 가지 수업으론 성에 차지 않아 또 다른 수업을 찾아다니게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글쓰기 책은 결국 '지금 당장 써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글쓰기 강사는 우리에게 이런저런 팁을 많이 알려줄 것 같지만, 자신의 글쓰기 노하우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일 뿐, 실제로 내가 당장에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아쉽게도 거의 대부분의 글쓰기 노하우는 바로 써먹지 못하는 게 많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들은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기 이전에 나와는 다른 사람이자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그들에게 영감을 받을 순 있으나, 그렇다고 갑자기 글쓰기 실력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나 같은 경우엔 시간이 남으면 글쓰기 책을 가끔 한 권씩 훑어보듯 읽는다. 글쓰기 강의 같은 건 점심시간 때 유튜브 영상으로 아주 가끔 보는 정도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의 글쓰기 비법을 받아들이기 전에 사전준비가 되어야 하는 건 충분한 글쓰기 경험을 쌓는 것이다. 많은 글을 써 봐야지만 본인이 무슨 단어를 반복하는지, 어떤 문장에서 자꾸 막히는지 등에 대한 문제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본인이 어떤 점이 부족한지, 어떤 버릇을 자주 남발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미리 알고 있을수록 그 문제를 해결해 줄 법한 날카로운 비법들을 잘 받아들이고 써먹을 수 있다. 병원을 찾아가도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과 똑같다.
나보다 글쓰기를 잘하는 훌륭한 사람은 세상천지에 널렸으나,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우주 그 어디에도 없다. 나를 알고 싶을수록 많은 글을 써 봐야 하고, 글을 많이 쓸수록 나에 대한 문제점을 비롯하여 자신이 갖고 있던 수많은 생각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일수록 좋은 글은 자연스레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다. 좋은 글은 즙짜듯 쥐어 짜낸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좋은 글이란 한 편의 글이 바로 자기 자신일 수 있을 때 성립되는 것이다. 아주 복잡해 보이지만, 아주 단순한 원리다. 쓰다 보면 알게 된다. 세상 모든 진실이 다 이렇다는 점을.
'현상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격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