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긴 흔적에 오늘의 성장이 들어있다

비교할 건 오직 나밖에 없다

by 달보


어떤 사람은 스쳐가는 단 한 줄의 문장 만으로도 글쓰기를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글쓰기에 대한 책을 수십 권 읽고, 글쓰기 수업까지 들어야 겨우 한 줄을 쓰고 마는 사람이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누가 잘 났고 못났고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겉으론 똑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알고 보면 얼마나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태어난 곳, 기질, 성향, 성장환경, 가치관, 직업 등 삶의 갖가지 요소가 다른 만큼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꾸준히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비결, 한 편의 글에 담아내는 메시지도 천차만별이다.


내가 생각날 때마다, 틈날 때마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는 건 그 때문이다. 어제 쓴 내용과 오늘 쓴 내용이 엇비슷할지언정 일단 쓰고 본다. 대놓고 복사 붙여넣기를 하는 게 아니라면, 어제 쓴 글의 내용을 떠올리며 따라 쓰더라도 완전히 똑같이 써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제와 오늘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그만큼 상태가 변했기 때문에 오히려 같은 글을 쓰려하는 게 더 힘들다. 아무리 비슷해 보이는 글이라도 그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 때문에 누군가는 어제의 글에 영향받고, 누군가는 오늘의 글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믿음으로 꾸준하게 쓰는 의지를 돋운다.


독자가 한 편의 글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글쓴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글쓴이는 단지 글을 쓰기만 하면 될 뿐이다. 특히 글을 쓰는 습관이 아직 몸에 배지 않은 사람일수록 글쓰기가 아닌 외적인 요소에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 좋다. 자꾸 잡생각이 끼어들고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독서를 하거나 전혀 다른 새로운 글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회비용을 항상 고려하며 현재 상황에서 무엇에 집중하는 게 가장 좋은지 현명하게 판단하고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글을 쓰는 입장도 글을 읽는 입장도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애초에 내가 아닌 존재와 나는 한 저울에 매달아 비교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아니다. 남과 나는 애초에 질량도 다르고 무게 단위도 다르다. 누구는 단번에 글쓰기를 시작한다고 해서 부러워할 것도, 누구는 아무리 애를 써도 한 줄도 적어내지 못한다고 해서 내리볼 것도 없다. 시작이 다른만큼 결과가 다르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놓고, 내게 당장 처한 문제나 신경 쓰자.


매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알면 알수록 깊이를 알 수 없는 차이를 느낀다면 오히려 글쓰기는 한결 수월해진다. 내가 쓰는 글이 아무리 하찮게 보여도 오직 세상에서 나밖에 쓰지 못한다는 진실을 깨우치고 나면 전보다 훨씬 마음이 가벼워진다. 글쓰기를 방해하는 생각들을 해소하는데 좋은 자극이 되는 건 남과 나를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남과 자신을 겹쳐서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 친분이 두터운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 남과 자신을 겹쳐보는 만큼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글쓰기에 대한 문제도 두터워진다. 반면에 그런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글쓰기에 대한 문제는 공기처럼 가벼워진다. 타인이 자신과 완벽히 다른 차원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독보적인 존재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글쓰기 앞에서 비교할 대상은 단 하나밖에 없다. 그건 바로 내가 이전에 썼던 글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백날 보는 것보다 자신이 전에 썼던 글을 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보는 게 훨씬 커다란 공부가 된다.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동안 별다른 변화를 겪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글을 써 오며 조금이라도 성장했다면 이전에 썼던 글들이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지거나, 어색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당장 어제 쓴 글도 오늘 다시 읽어 보면 미흡한 부분이 상당히 많이 발견된다. 하루하루 변하는 상태를 매일 접할 수 있는 건 글쓰기의 커다란 매력이다.


비교할 대상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글쓰기 앞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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