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담백한 글 쓰는 방법
글쓰기에 있어서 잡기술은 중요하지 않다고 자주 말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런 내가 정말 권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문장 줄이기', '나 줄이기', '반복하는 글버릇 알아차리기'다. 내가 아무리 생각을 내려놓고 글을 쓴다고 하지만 이 세 가지는 언제나 염두에 두고 쓰고 있다. 어느 정도 적당히 글을 써봤다 싶을 때 다음에 나오는 내용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 보면 이전보다는 훨씬 더 깔끔하고 담백한 글을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문장 줄이기'
글은 많이 쓸수록 좋다. 하지만 한 문장에 들어가는 글자가 많아지는 건 예외다. 난 처음에 문장을 길게 쓰는 게 글쓰기를 잘하는 건 줄 알았다. 일부러 길게 쓰려한 적은 없지만, 굳이 문장을 끊으려 하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엿가락처럼 늘어난 문장들을 종종 쓰곤 했다. 문장을 길게 쓰는 것도 일종의 능력이라고 볼 순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그다지 좋을 게 없다. 문장이 길어지면 일단 읽는 사람이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가뜩이나 바쁜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글을 정독하지 않는다. 글의 분량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문장까지 길어지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문장이 길어지면 독자뿐만 아니라 글쓴이의 마음도 정립되기 어렵다. 문장이 길어지는 건 할 말이 명확하지 않은 거라고 볼 수도 있다. 문장이 늘어질수록 글쓴이도 알게 모르게 자기주장의 방향을 잃기 마련이다. 예컨대 A를 강력하게 주장하고자 문장을 쓰려했건만, 중간에 끊지 않고 문장이 길어지다 보면 B를 언급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난 이런 경우가 되게 많았다. 아내가 내가 쓴 글들의 문장이 하나같이 너무 길다고 지적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눈치 채지도 못했다.
문장을 길게 쓸 때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주어와 서술어가 뒤틀린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동차는'으로 시작했는데 문장이 끝날 때는 '힘들다고 생각했다'라고 끝난다거나, '푸른 하늘은'으로 시작했다가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로 끝나는 식으로 말이다. 자동차는 생각을 하지 못하며, 하늘도 고민하지 않는다. 말이 길어지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가 꽤 자주 발생한다. 정신없이 글을 쓸 때는 그런 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퇴고는 필수적으로 해야만 한다.
'문장을 너무 길게 쓴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찰 때쯤 내가 이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봤는데, 내 글이지만 정말 가관이었다. 문장들이 서로 북 치고 장구치고 술판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문맥이 엉망이었다. 그때 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생각 없이 글을 썼을까'와 '이런 글을 읽고도 사람들은 글이 좋다고 한 걸까'라는 생각이었다. 내 부족한 필력에 대한 반성이 듬과 동시에 사람들이 얼마나 남의 글을 대충 훑어보는지도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확실히 문장을 짧게 줄이는 노력을 하면서부터는 모든 게 좋아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글의 분위기가 전보단 훨씬 더 정립되어 보였다. 문장을 길게 쓰는 건 일종의 습관과도 같다. 글을 많이 쓰는 것도 좋지만, 문장을 길게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짧게 토막을 내보자. 그 사소한 차이로 인해 전반적인 글쓰기 능력이 대폭 올라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문장이 간결할수록 글도 깔끔해진다.
'나 줄이기'
글의 형태마다 다르겠지만, 주로 난 내 생각을 담아내는 에세이를 많이 쓴다. 그러다 보니 '내 생각'이라는 부분을 항상 강조했다. 이를테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 생각엔', '그게 내 생각이다'처럼 주어가 시도 때도 없이 출몰했다. 하지만 어느 글쓰기 관련 영상에서 '나'를 그렇게 자주 언급하지 않아도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게 전부 글쓴이의 생각인 줄 알기 때문에 너무 언급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는 걸 듣고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적는 건 보기에도 안 좋지만, 생각해 보면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서 자주 일어나는 버릇인지도 몰랐다.
최근 들어 쓰는 글에는 '나', '내가'와 같은 단어를 웬만하면 쓰지 않고 글을 쓰는 편이다. '나'를 줄이는 것만 해도 문장마다 훨씬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와 같은 단어를 왜 그리도 많이 썼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방심하면 '내가', '나는'이라는 단어를 수시로 집어넣는다. 필요에 따라서는 그런 단어를 넣어야 글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 단어를 빼도 별 문제가 없었다. 한참 글을 쓰다가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쯤 쓰던 글에서 '나'를 전부 빼보자. 생각 이상으로 글이 되게 깔끔하다. 어색하고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어도 몇 번 그렇게 쓰다 보면 훨씬 깨끗해진 문장을 볼 수 있다.
'반복하는 글버릇 알아차리기'
글을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계속 쓰는 말이 있다. 예를 들면 '~것이다', '어떡해서든', '내 생각에는', '왜냐하면' 등과 같은 말들이 있다. 처음엔 자기가 어떤 글버릇이 있는지 잘 모른다. 이런 걸 알아차리기 위해선 우선 많은 글을 써 봐야 한다. 본인이 어떤 글버릇을 자주 남발하는지는 보통 글쓰기가 익숙해지고 난 후 퇴고를 하다 보면 알게 된다. 퇴고를 하더라도 당장엔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굳이 본인 글의 흠을 일부러까지 집어낼 필요는 없다. 적당한 때가 오면 알아서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만약 처음 그런 반복되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본인 글을 전보다 더 자세히 검열하게 된다. 재밌는 건 내 경험상 그런 패턴 하나를 제거하면 또 다른 게 눈에 들어왔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지 쓰다 보니 새로 생겨난 버릇인지는 몰라도 요는 그렇게 하나씩 집어내다 보면 글이 점점 더 깔끔해진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런 부분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게 찝찝했다. 하지만 내가 내 글을 보고 스스로 필요 이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알아차린다는 게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지표로 생각하니 그런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확실히 처음 맘 편히 글쓰기를 할 때보다는 이것저것 줄이고 빼가며 글을 쓰는 게 훨씬 더 번거롭고 힘들다. 그러나 조금 더디게 쓰는 한이 있더라도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는 게 글쓴이 입장에서도 독자 입장에서도 훨씬 좋다. 글쓴이는 이것저것 신경 쓰며 글 쓰는 만큼 성장하고, 독자는 독자대로 읽기가 좋아지기 때문에 글쓴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짧고 간결하고 확실하게 전달될수록 좋은 글이다. 좋은 걸 더하는 것도 좋지만, 불필요한 걸 빼는 게 더 나은 글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 글을 쓰다 보면 한 문장 한 문장이 아깝다. 고뇌하고 신경 써서 공들여 쓴 글인 만큼 지우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아닌 것 같이 느껴지면 과감히 지울 줄도 알아야 한다. 그건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내하기 쉽지 않은 고통이지만, 그 고통을 잘 이겨낸다면 글쓰기 실력은 월등하게 올라간다고 믿는다.
사람은 마음을 비울수록 강해진다.
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