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간섭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굳이 남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

by 달보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사람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들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편이다. 사실 그런 생각 자체를 거의 하지 않긴 한다. 누군가를 바꾸려고 시도할 생각도 없고, 내가 남을 바꿀 수 있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말을 자주 언급하는 사람들은 바뀌지 않는다고 철석같이 믿는 남들보다, 자신의 굳은 신념이 더욱더 바뀌지 않는다는 건 한 번쯤 생각해 봤을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변한다. 나이가 들고 주름이 패이는 만큼 성격도, 생각도, 인식도, 능력도 모든 게 조금씩 변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은 당사자도 그렇고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변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생각에 의해 생각되는 것뿐이다. 내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상대방이 변화는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 자세히 보려 하지 않으면 지금도 여전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고장 난 사람이라고 해서 고쳐야 한다는 법은 없다. 애초에 고장 난 사람이란 정상인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인데, 그 정상인의 기준은 명확한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이 멀쩡하고 신체가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서 정상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상인을 정상인으로 분류하는 건 사회적 범주일 뿐, 자연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공평하다. 상태는 상태일 뿐이다. 상태만으로 한 인간을 정의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남을 고쳐 쓰고 싶은 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 자신과 달라 보이는 사람의 생각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자신의 신념을 보호하고 싶은 욕망에서 일어나는 마음이다. 본인도 완벽하게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게 사람인데, 남을 고치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무례한 거라고 생각한다.


설사 내 뜻대로 누군가의 성격이나 태도가 변했다고 한들 그건 상대방이 그러기로 결정해서 변한 것이지, 내 훌륭한 생각이 상대방에게 먹혀서가 아니다. 한 사람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은 실로 미미하다. 내가 상대방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심취하면 애초에 침범이 불가능한 영역을 자꾸만 파고드려는 무모한 시도를 계속하게 된다. 그런 망상에 빠지면 어떤 무리에 속하더라도 통제되지 않는 누군가에게 불만을 품고, '난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생각만 내세우다가 종국엔 쓸쓸히 혼자가 될 확률이 높다.


쓸데없는 간섭이 심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개 자신에게 없는 면은 상대방에게서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신뢰가 부족한 데서 오는 결핍감을 남을 통해 채우는 건 밑 빠진 독에 물을 들이붓는 것이나 다름없다. 본인 이외에 통제할 수 있는 건 그 어디에도 없다. 아니, 자기 자신조차도 100% 통제할 수 있는 건 불가능하다. 인간이란 알면 알수록 빈틈투성이에 나약한 존재다. 남을 어떻게 하려 하기 전에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생각들부터 알아차리는 게 진정 자신을 위한 일이다.


결국 내가 변하지 않고, 내게 이로운 일이 아니라면 황금 같은 시간과 소중한 에너지를 굳이 낭비할 필요는 없다. 세상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천천히 들여다보며 깊은 사유의 시간을 가진다면, 아마 그땐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바뀌어야 할 건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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