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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Oct 30. 2023

내가 집들이 선물을 하지 않는 이유

소신을 지키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방법


난 책을 읽고 나서부터 유의미한 변화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인생을 제대로 살아야겠다'라는 의지에 커다란 자극을 받았다. 덕분에 내가 보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 게 있다면 곧이곧대로 수긍할 게 아니라,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고 할 수 있는 건 웬만하면 시도해 보고 판단하자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러다 보니 전통, 문화, 예의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하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부정했다. 이를테면 예의를 지키는 건 좋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예의를 생각하는 각자의 기준은 사람마다 너무 달랐다. 상대방의 생각과 의도는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본인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일삼으면 예의 없고 싸가지 없다며 일단 뭉개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상대방을 판단하는 기준이 상대방에게 있지 않고 본인 기준에 의거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인간사회에서 각종 오해와 다툼은 없어질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난 예의범절에 대한 신념은 대부분 내려놓았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한 행동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지 문화가 그렇다는 이유로, 해야만 할 것 같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집들이 선물, 축의금, 기념일 챙기기 등이 다 비슷했다. 사람들의 행위 속에는 상대방을 위한 진실된 마음보다는 자신의 신변을 지키고자 하는 의도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take를 위한 give였다. 겉으론 아니라고, 심지어 본인 스스로에게조차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 모든 행동엔 뭔가 돌아올 게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내가 축의금을 10만 원 냈으니, 상대방도 최소 10만 원 이상은 낼 거라는 생각, 내가 집들이 선물을 했으니 상대방도 그에 준수하는 집들이 선물을 할 거라는 생각, 내가 생일 선물을 챙겨줬으니 당연히 상대방도 내 생일을 기억하고 뭔가 줄 거라는 생각들. 난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축의금은 내 주머니 사정과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을 조율해보고 보고 맞추고 싶었지, 상대방의 흔적을 기준 삼아 맞추고 싶지 않았다. 난 지인이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사줄 수 있지만, 집들이한다는 명목으로 굳이 내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솔직히 난 집들이를 왜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애초에 기념일은 뭔가를 주고받는 날도 아니고, 돈을 써야 하는 날도 아니며, 기대하고 실망하는 날은 더더욱 아니다. 기념일은 그저 기념일일 뿐이지만, 사실 기념일이기도 이전에 평범한 하루에 불과하다. 달리 말해 꼭 뭘 해야 하는 날이 아니다.




세상엔 굳이 내가 지켜야 하나 싶은 것들, 모순점이 가득한 것들이 많았다. 차라리 한 소리 먹는 한이 있더라도, 난 내 선에서 끊을 수 있는 건 끊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쓸데없는 것들에 신경 쓰며 사는 것만큼 커다란 손해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다 보니 덕분에 여기저기 반갑지 않은 마찰이 많이 빚어지기도 했다. 가족관계, 친구관계, 주변 지인들까지 생각 차이가 갈수록 많이 벌어졌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난 나로 살아가는 만큼 내 인생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원래 알던 사람들과 사이가 멀어지는 만큼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곤 했다. 다행히 세상엔 나 같은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은 분명 있었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사람들은 필요도 없거니와 감당도 되지 않는다.


다수의 생각이라고 해서 결코 정답은 아니다. 오히려 다수의 생각일수록 진실성이 흐리고 출처가 불분명한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 언젠간 전통문화를 고집하던 사람들의 생각도 결국엔 바뀌겠지만, 난 그들과 함께 발을 맞춰 나아갈 생각이 없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이 어딘지도 모르고 알 생각도 없이 살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남들 등짝만 쳐다보며 뒤따라가는 인생을 살아가는 건 생각만 해도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혼자가 될지언정 나답게 살고 싶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추려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다. 내가 태어난 목적은 이미 태어난 그 시점에서 끝난 것이다. 삶의 곳곳에 부여하는 모든 의미는 살아가는 동안 무미건조한 일상을 꾸며주는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정답 같은 삶의 방식도, 훌륭한 의미도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냥 나답게 편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그게 가장 자유로운 삶에 가까운 생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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