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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Nov 04. 2023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게 과연 좋기만 할까

감정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사람들은 일희일비에 대해 조금 안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단어는 단어일 뿐이다. 단어는 그 자체로써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받아들이는 자의 해석에 따라 그 쓰임새는 현명하게 차이가 난다. 현대인들은 오히려 일희일비 하지 못해서 괴로운 마음에 시달리는 건 아닐까. 기쁜 일이 일어나면 기뻐하면 그만이고, 원치 않는 일이 벌어지면 슬퍼하면 그만인데 그런 일들을 가슴에 품고 놓질 못해서 괴로워하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모든 상황은 일어나는 순간 끝이 난다. 정말 '찰나의 순간' 그 자체다. 사람은 기억력에 의해 정신을 이어가지만, 그 기억력에 의해 정신이 망가지기도 한다.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오히려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한다. 이전에 일어났던 일을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이기만 하면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 왜곡되거나 확대해석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상황에 대한 해석은 그날 그때의 기분과 감정, 심지어는 일어난 상황과 전혀 관계없는 날씨 같은 것들에 의해서도 변할 수 있다. 사람은 정말 갈대같은 존재다.


일희일비가 필요한 사람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거의 자동반사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은 생각만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일어난 감정이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는 게 좋다. 뭐든지 쌓이고 누적되면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도 자꾸 쌓이다 보면 어딘가를 틀어막아도 단단히 틀어막을 것이고, 뭐든지 막히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감정은 이유없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 모든 건 일종의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 곰곰히 사유해본다면, 본인이 어떤 상황을 선호하고 어떤 상황을 기피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그때 느낀 점들에 맞게 본인 주변환경을 조절하거나, 스스로를 계발하면 훨씬 더 안정적인 삶을 직접 형성해갈 수 있다.


안 좋은 마음을 흘려보내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 자책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스스로를 탓한다면 흘려보내야 할 감정에 집중한 나머지, 그 감정이 되려 증폭되게끔 하는 촉진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꼴이 된다.


좋은 일, 나쁜 일은 애초부터 세상에 없었다. 모든 일은 저마다의 원인이 있을 뿐, 정해진 의미는 없기 때문이다. 의미는 본인이 해석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좋은 일이 일어나면 오히려 불안해 할 수도, 나쁜 일이 일어나면 오히려 기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굳이 나쁜 걸 한 가지 꼽자면, 전혀 나쁘지 않은 것을 나쁘게 생각하며 세상과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근거없는 생각이다. 그 생각은 직접 창조할 수도 있고, 어딘가에서 우연히 머릿속으로 흘려들어올 수도 있다. 참 다행인 건 그런 생각을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 정도는 우리에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일희일비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쁘면 기쁠 뿐이고, 슬프면 슬플 뿐이다. 감정을 쓸데없이 물고 늘어져 감정을 매개체 삼아 자신을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 없다. 거의 모든 건 시간이 알아서 자연스럽게 데려가게 되어 있다.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된다. 감정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정작 감정 자체는 그 어떤 의도도 없다는 걸 명심하는 것도 편히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꽤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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