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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Nov 01. 2023

생애 처음 일본여행을 갔다

일본 오사카 여행 1일 차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본땅을 밟아봤다.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가지 못할 것 같아서 갈 수 있을 때 미리 가려고 연차를 시원하게 질러버렸다. 회사 사일이 약간 바쁘긴 했지만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해 주신 팀장님 덕분에 월, 화, 수까지 써서 토요일~수요일 이렇게 여행을 다녀왔다.


생각보다 가까운 나라, 일본

내가 비행기를 자주 타본 건 아니지만, 이번에 좀 당황스러웠던 건 출발예정시간보다 10분 일찍 출발한 거였다. 탑승객이 모두 탑승완료를 하면 원래 출발하는 건지는 몰라도, 일찍 출발하는 게 뭔가 어색했다. 두 번째로 당황스러웠던 건 일본까지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지인들을 통해서 일본이 가깝단 말을 많이 듣긴 했지만 체감상 거의 제주도와 비슷할 정도로 그리 가까울 줄은 몰랐다. 약간 피곤했기 때문에 눈 감고 '언제 날아오르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눈 떠보니 창문 바깥으로 뭉게구름들과 일본 땅덩어리가 보였다. 거의 눈 깜빡할 사이에 일본에 도착한 거나 다름없었다.


하늘에서 본 일본땅은 산이 많이 없는 것치곤 한국땅과 많이 비슷해 보였다. 간사이 공항에 거의 도착할 때쯤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은 도착 직전 방송이 울리자마자 각자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이라도 먼저 빨리 나가고자 서로 몸을 부딪히고 있었다. 그때 문득 전염병은 마스크 같은 걸로 절대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사이 공항

우리나라 공항에도 각 표지판에 일본문자와 일본어 방송이 많이 나오듯, 일본에도 곳곳에 한국말로 번역된 표지판이 있어서 길 따라가긴 쉬웠다. 그래서 출국도 무난하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생각지 못한 해프닝이 입국 심사대에서 일어났다. 내가 비행기가 뜨기도 전에 잠드는 바람에 아내가 출입국 신고서를 대신 써줬는데, 일본에 머물 예정지 주소를 안 적은 게 화근이었다. 내리기 전에 출입국 신고서를 다시 한번 읽었는데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던 내 잘못이 가장 크긴 했다. 다만 입국 심사대 직원의 대처가 너무 당황스러웠다.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손으로 휘휘 저으면서 무조건 뒤로 가라고만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워낙 많았고, 최소 40분 이상을 기다렸던 나는 쉽게 물러설 수 없었다. 그 긴 줄을 또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어물쩡 거리는 날 보고서 아내는 재빨리 주소지가 적힌 메모지를 건넸고, 받자마자 대충 휘갈겨 써서 직원에게 제출했더니 다행히 통과할 수 있었다. 그때 만약 아내가 내 뒤에 서서 줄을 기다리지 않았거나 아내가 눈치가 없는 편이었다면 다시 약 1시간가량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을 것이고, 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은 문을 닫아서 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겨우 한시름 놓고 모든 절차를 마치고 공항 로비로 빠져나왔다. 우리가 해야 할 건, 오사카 주유패스 티켓을 교환하는 것과 남바로 가는 간사이 급행열차 티켓을 끊는 것이었다. 근데 입국 심사대에서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던 나는 정신이 약간 빠져 있었다. 덕분에 근거도 없이 무작정 2층으로 올라가 일본 국내선 로비에서 길을 헤매고 있다가, 역시 눈치가 빠른 아내 덕에 1층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를 금세 찾아갈 수 있었다. 근데 그 잠깐 사이에 줄이 또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때부터 벌써 난 줄 서는데 질리기 시작했다.(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내가 일본에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줄을 기다리며 여행하게 될지를)


어쨌든 주유패스권을 무사히? 교환했는데 팩우유를 받았다. 기프트란다. 우린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남바로 가는 난카이 플랫폼을 찾았고, 옆에 있는 자판기 같은 걸로 쉽게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한국어 기능이 있어서 언어적인 문제는 없었다. 현금 만 엔짜리 지폐도 들어갈까 싶었는데, 만 엔짜리 지폐도 투입가능하다는 표시가 떠 있었다. 인원수를 입력하는 건 화면에 터치하는 게 아니고, 왼쪽에 사람 수에 따른 버튼이 따로 있었다. 우린 두 명이라 사람 두 명이 있는 버튼을 누르니 티켓 장수가 2장으로 늘어났다. 공항 내부 시설은 삐까뻔쩍한데 비해 각종 시스템 UI는 옛날 느낌이 진하게 풍겼다.



구글맵



한국에서는 네이버지도가 있어서 굳이 구글맵 쓸 일이 별로 없었는데, 외국에선 구글맵이 정말 쓸만했다. 간사이 공항에서 남바역으로 가는 동안 어디까지 표시되나 한 번 자세히 살펴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정보들이 많이 떠 있었다. 덕분에 열차가 몇 분에 오는지, 어디로 타면 출구로 빨리 나갈 수 있는지 등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우린 운 좋게도 난카이 급행열차에 자리가 있을 때 들어가 앉을 수 있었는데, 삽시간에 여행객들이 들어찼다. 남바까지는 약 4,50분 정도가 걸렸다.



에어비앤비 숙소

남바역은 어차피 종점이라서 굳이 폰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남바역에 내려서 지상으로 올라가 보니 번화가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수많은 사람들과 화려한 건물들이 거리를 장식했다. 근데 차가 생각보다 그리 많이 다니지 않아서 신기했다. 숙소까지는 걸어서 8분 정도였다.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서니 확실히 확 어두워지긴 했다. 일본 동네 특유의 감성을 처음 느끼면서 에어비엔비로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고, 사장님에게 연락하니 바로 건물 밖으로 나와 친절하게 숙소내부 설명까지 안내해 주셨다. 친절함 하나는 일품이었다. 숙소 안은 퀸 사이즈 정도의 큰 침대 두 개가 있었고, 깔끔한 주방에 기본적인 식기류까지 다 있었다. 하루 8만 원짜리 숙박이었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화장실은 변기만 있는 칸이 있고, 세면대와 욕조가 있는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토미다 규카츠



우린 짐짝을 내려놓고 배가 고프기도 하고, 2시간 뒤면 식당이 문 닫는 바람에 서둘러 미리 검색해서 알아놨던 규카츠 집을 찾아갔다. 남바 시내 안에 있었고, 도착하니 웨이팅이 한 팀 있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쯤 직원분이 미리 나와서 인원수를 체크하고, 한국어로 된 메뉴판을 건넸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앞에 있던 팀은 알고 보니 단체팀이었다. 2인석이 비는 바람에 우린 얼마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왜 한국어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식당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옆 테이블도 당연히 한국사람들이었다. 뭔지 모르게 살짝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규카츠는 튀김옷을 입힌 소고기를 살짝 더 익혀서 먹는 음식이었다. 부드러웠고, 맛있었다. 재방문 의사를 확실하게 다질 정도로 맛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생맥주를 일본 발음으로 하면 나마비루라고 한다. 나마비루를 시켜서 같이 먹었더니, 금상첨화였다. 사람들이 나마비루를 그렇게 극찬하던데, 일본에 놀러 간 느낌이 더해져서 그런지 진짜 맛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정말 생맥주가 맛있긴 했다. 다만, 난 입맛이 둔한 편이어서 내 미각을 잘 믿지 않는 편이긴 하다. 여튼 맛있었다. 아내와 난 허겁지겁 먹고 현금으로 계산했다. 일본은 아직 카드계산이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란다. 계산하고 내려가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사이 웨이팅이 2층 계단에서부터 외부까지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부부는 줄을 오래 서지 않았지만,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줄 서는 건 딱 질색이었다.



편의점



우린 밥을 다 먹고 일본 편의점을 털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편의점 음식은 잘 안 사 먹는데, 편의점의 고장인 일본은 뭔가 다를까 싶어서 경험상 한 번 방문해 봤다. 들어가 보니 커다란 틀은 우리나라 편의점과 느낌이 비슷했다. 근데 음식도 사서 먹어보니, 검증된 맛난 음식만 사먹어서인진 모르겠지만 훨씬 맛있었고 중독적이었다. 그리고 편의점마다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화장실 써도 되냐고 물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일본은 화장실이 급하면 편의점을 가면 됐었다. 편의점 직원들은 생각보다 인종이 다양했다. 오사카라는 관광도시여서 그런진 몰라도, 일본인만 있는 편의점은 보기 힘들었다.



식당 웨이팅

길거리엔 역시 코스프레 차림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코스프레 옷을 갖춰 입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기도 했고, 일상복 입은 사람들 사이에 혼자 코스프레 차림을 한 무리도 있었다. 길가에 웨이팅하고 있는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근데 음식맛이 맛있으면 웨이팅을 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가게들이 하나같이 정말 비좁았기 때문이다. 정말 생각 이상으로 좁았다. 겨우 10명은 받을 수 있을까 말까 한 식당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웨이팅이 발생하고, 그 웨이팅이 결국 다른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줄 지어 있으면 알게 모르게 끌리기도 하니까.


첫날 하루는 정신없었지만, 잠깐이라도 일본 냄새를 물씬 맡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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