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Nov 02. 2023

일본 오사카 여행 이틀 째, 관광지 찍먹하기

수많은 인파와 함께 즐기는 일본여행



소원 비는 사람들

둘째 날은 일본 관광투어를 신청해서 이곳저곳 돌아다녔는데, 일단 가장 크게 느낀 건 어딜 가나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다. 소원을 빌기로 유명한 곳엔 사람들이 항상 줄 지어 서 있었다. 다들 바라는 게 정말 많아 보였다. 나도 한 번쯤은 그런 곳에서 소원을 빌어보고 싶었지만, 굳이 줄까지 서가면서 소원을 빌긴 싫었다. 만약 어떤 돌을 들거나 만지면서 소원을 빌었을 때 효과가 있다면 다른 돌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해서 옆으로 삐져나와 조용한 곳에서 빌고 말았다. 어쨌든 내 소원을 이뤄주는 가장 확실한 건 나의 생각과 행동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빌었다.



자연재해

일본은 확실히 자연재해에 많은 대비를 해놓은 것 같았다. 집집마다 베란다를 빼서 집과 집 사이엔 거의 가벽이라고 할 수 있는 칸막이 달랑 하나로 구분을 지어놨다. 건물에서 탈출해야 될 일이 생기면 언제나 손으로 부시고 드나들 수 있게끔 한 거라고 한다. 근데 평소엔 마음만 먹으면 그만큼 남의 집도 함부로 들락날락할 수 있어 보이기도 해서 오히려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문화 보존

예전에 이탈리아를 갔을 때 느낀 건, 옛 건물과 문화재 등을 어떡해서든 훼손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는 점이었는데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문화재를 보호한답시고 문화재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도 않고, 문화재 인근 주변의 간판 채도까지 통일적으로 조절하는 곳도 있었다. 처음엔 이런 게 한 마음 한 뜻 같아서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도 들었는데, 결국 양날의 검일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문화재가 널린 도시는 업데이트가 안될 거니까.



날씨

일본은 여름에 놀러 오지 말란 소리를 많이 들었다. 어딘가에서 읽었던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아는 형님이 일본에 취업했는데 나보고 혹시 일본 놀러 올 생각이면 여름만큼은 피하라고도 했었다. 근데 그렇다고 겨울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들어보니 일본은 보일러 설치된 곳이 거의 없어서 겨울에 집 내부가 정말 춥다고 한다. 여름도 더운데 겨울까지 춥다니, 생각만 해도 막막했다. 일본에 살 일은 없지만서도.


일본에 살면 적응하기 힘든 두 가지

관광 가이드가 오사카 생활 10년 차라고 하면서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열쇠다. 일본은 여전히 99%의 집이 열쇠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그나마 도어락이 조금씩 들어오는 추세라고 하던데, 대부분은 오로지 열쇠로만 문을 열고 잠근다고 한다. 그리도 두 번째는 택배였다. 한국은 로켓배송도 좋지만, 집에 사람이 없어도 경비실에 맡기거나 문 앞에 놔두고 가면 알아서 수령할 수 있다. 근데 일본은 받을 사람이 없으면 도로 가져간다고 한다. 가이드 분이 '아직도 받지 못해 밀린 택배가 3개 정도 있다'라고 하는데 이건 한국에선 들어볼 수 없는 말이라서 신선했다. 일본이 불편한 건지 우리나라가 극도로 편한 건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청수사

관광투어를 통해 청수사란 곳을 가봤다. 절벽을 깎아서 만든 절, 못을 박지 않고 만들었고, 지진이 나도 한 번도 무너지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가보니 확실히 커다란 절이 있었고, 포토스팟에 몰린 사람들이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우리 부부는 항상 사람들이 몰려 있지 않은 포토스팟을 찾아내는 재주가 있었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찍는 곳엔 집착하지 않는다. 피곤하고 시간 아깝다. 덕분에 어딜 가나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느낌 탓인진 모르겠는데, 우리 부부가 서로 웃으면서 사진 찍고 있으면 꼭 한 두 사람씩 뒤따라 붙는 것 같았다.


여행의 묘미

지정시간까지 버스를 타야 했기에 밥집을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은근히 먹을 데가 별로 없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들어가고 싶어도 바로 들어가서 빨리 치고 나올 수가 없었고, 올라온 길 아래쪽에 평점 좋은 식당이 있길래 갔더니 아쉽게도 쉬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됐는데 세븐일레븐에 파는 돈가스 샌드위치였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고, 빵 사이에 돈가스 한 조각과 약간의 겨자가 들어가 있었다. 겨자가 들어간 게 신의 한 수였는지, 우연히 먹게 된 그 재미난 상황 때문인 건진 몰라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금각사

그다음으론 금각사라는 곳을 방문했는데, 또 절인가 싶기도 했고 피곤해서 굳이 들어가진 않았다. 지도로 보나, 설명으로 들어보나, 부여된 시간 상으로 보나 막상 들어가면 사진 한 번 찍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사진 한 번 찍자고 입장료까지 지불하긴 싫기도 했다. 입구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비석이 있었는데 도대체 그 돌덩이가 왜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평범한 비석보다 더 못 생겨서 그런 거라면 인정하겠다. 오히려 그 못생긴 돌덩이보다 주변에 뿌리 굵은 커다란 나무들이 훨씬 더 문화유산 같았다. 뿌리가 정말 굵었다.


기모노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기모노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 걸음걸이가 유독 이상한 사람들이 가끔 보였다. 첨엔 그 사람들이 이상하게 걷는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기모노 밑단이 너무 좁고 트이지가 않아서 좁게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걷게 되리란 걸 알고 빌렸던 걸까. 아닌 사람들도 많던데. 여튼 보는 내가 다 불편했다.



아라시야마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아라시야마였다. 도월교, 대나무숲, 족탕, 인력거 등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인데 도착해 보니 다른 것보다 일단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다른 곳도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중 역대급이었다. 거의 줄지어서 길을 걸어가야 할 정도였다. 서양인들, 일본 현지인들도 많았지만 그중 가장 많았던 건 바로 한국 사람들인 것 같았다. 주말이었는데 불구하고 견학온 듯한 학생들 무리도 보였다.


포토스팟

대나무 숲에선 좀 천천히 걸으며 음미하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거의 밀리듯 걷느라 그러지도 못했다. 그러다 가이드가 권장한 반환지점에 도착했는데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다가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살짝 옆으로 비켜서 우리끼리 찍고 있었다. 그러더니 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둘씩 몰려와 찍기 시작했다. 포토스팟은 포토스팟이라서 포토스팟인건지 인파가 우연히 몰려서 포토스팟이 되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인력거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다들 젊었고, 체력이 좋아 보였다. 꽤 힘든 일일 텐데 멀쩡한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은 없었고, 이상한 쪼리 같은 신발을 맞춰 신었던데 지정화인 듯했다. 인력거를 타면 인력거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을 드나들 수 있다. 인력거를 끄는 사람들이 사진도 많이 찍어준다던데, 아마 웬만한 사람들보다도 사진을 잘 찍어줬을 것 같다. 그들은 그게 일종의 서비스니까. 일본에서 우리 부부를 찍어주겠단 사람들이 여럿 있었는데 마음만큼은 고마웠는데, 다리를 자르거나 수평이 맞지 않는 등 만족스러운 사진은 그다지 건지지 못했다.


응커피

중간에 응커피라고 % 마크 간판이 달린 커피전문점이 있었는데, 거기 라떼가 그리 맛있다고 해서 한 잔 사 먹고 싶었다. 하지만 한숨 나올 정도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광경을 보자마자 마음에 떠 오른 생각.



'안 먹고 말지.'




관광투어는 짧게 이곳저곳 찍먹하기엔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직접 코스를 짜서 편하게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중간중간 쉬지도 못하고 20,000보 걷는 거랑 중간중간 버스에서 잠깐씩 쉬면서 20,000보 걷는 건 차원이 달랐다. 투어 할 땐 몰랐는데, 다음 날 투어할 때보다 오히려 걸음 수를 더 적게 걸었는데 실신할 뻔했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여행 뽕 뽑는 것도 좋지만, 뽕 뽑다 영혼이 뽑힐 수도 있으니 몸조심하는 게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생애 처음 일본여행을 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