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자도 결국 한 명의 순리자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역행자는 거기에 비밀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역행자의 저자인 자청(자수성가 청년)님은 우리에게 본성과 유전자의 명령대로만 살아서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 자유를 얻지 못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애초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유전자와 본성은 원래 내것이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 정상적으로 세상에 태어나 한 사회에 섞여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온 인간이라면 그 사람의 뇌를 형성하는 대부분의 생각들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혹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받아 자리잡은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내가 내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그 수많은 생각들이 원래 애초에 내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린 본성을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뚫고서 나만의 본성을 창조하던지 찾아내던지 해서 오로지 나만의 순리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행자도 결국 하나의 순리자다. 단지 그 비교대상이 다른 사람들에 있기 때문에 '역'이라는 단어를 써도 성립이 되는 것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의식 해체라는 단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도 처음엔 좋은 통찰을 제공해주는 훌륭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날 우연찮게 역행자를 읽었던 분이 '변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이전과 똑같이 행동하여 자의식 해체에 실패했다'라는 말을 목격하는 순간 '자청님이 제시한 이 자의식 해체라는 개념이 또 하나의 자의식을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공식이 내 인생에 그렇게 쉽게 적용될리는 없다. 각자의 인생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그 간격이 크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존경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제시하는 정답은 그 사람만의 정답일 뿐이다.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런 것들을 내 인생에 적용만 시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다시 한 번 사유해 볼 필요가 있다. 시도는 하되 신뢰는 하지 않는 것이 본인만의 길을 걸어가는 방법이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핵심은 그 어떤 것이라도 기준이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치우쳐져 있는 순간,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본능을 거슬러야 한다는 생각 이전에 내가 지니고 있는 나의 본능이 원래 내것이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본다. 애초에 내 생각도 아닌 것을 거슬러봤자 또다른 사람의 생각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올 뿐이다. 자기계발 활동을 오래해왔던 사람일수록 이 부분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자기계발의 취지는 어떤 활동을 통하여 본인의 참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독서를 하면 할수록 강화되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머릿속엔 '내가 내 생각을 내 생각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또다른 생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난 본능적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경계한다. 역행자를 쓴 자청님은 마케팅의 마짜도 모르는 내가 봐도 정말 마케팅을 잘 하시는 분 같지만 그런 사람이 쓴 책이라고 해서, 그런 사람이 쓴 책이 정말 유명하고 내용이 좋다고 해서 그게 나에게도 적용이 되고 무조건 그대로만 하면 내 인생이 변할 것이라는 믿음은 위험하다. 세상 모두가 우러러 보는 사람의 생각일지라도 그에 대한 경계를 품고 내 인생에 적용해보며 그러한 과정에서 본인과 맞는 부분을 골라내는 혜안과 지혜 그리고 용기를 가진 자만이 책에서 주장하는 역행자이자, 단 하나의 진정한 순리자가 될 자격이 갖추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간절하게 자의식을 해체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쁜 습관을 끊어내는 단 하나의 방법은 좋은 습관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의식을 해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나만의 진정한 모습으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나만의 진정한 모습을 찾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찾을 때까지 읽고, 쓰고, 사유하라.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애초에 독서 자체가 내 본성과는 관계없이 쌓여왔던 지식, 관념, 습관을 비롯한 뇌구조 자체를 재정의하며 본인만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활동이었다. 하지만 역행자를 읽고 뭔가 새로운 개념을 발견한듯이 기뻤다면, 본인이 이전에 해왔던 그 수많은 독서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시간을 가지고 진지하게 사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