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의 심각성은 생각과 마음이 만들어낸다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별 일이 다 생긴다. 좋은 일이 생기는 만큼 안 좋은 일도 생기며, 기쁜 일이 생기는 만큼 슬픈 일이 생긴다. 인생은 알 수 없고 문제는 끝이 없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수록 살기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진다. 좋은 일, 슬픈 일, 기쁜 일, 슬픈 일 등 모든 상황 자체는 사실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상황들 중에서 실로 심각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어떤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생각이 모든 것을 심각하게 바라볼 뿐이다. 어떤 일의 심각성을 놓고 왈가왈부하기 전에 '일' 자체는 일어나는 순간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 고로 이미 일어나고 끝난 상황에 대해 굳이 집착하지 않으면 그냥 시원하게 털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결코 쉽지는 않다. 상황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감정은 고스란히 남아 있고,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그 여파는 끊임없이 마음을 괴롭힌다. 그럼에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극복은 가능하다. 어쨌거나 시간은 흐르고, 시간이 흐르는 만큼 내면의 상태는 계속 변한다. 그와 더불어 마음이 편해지는 활동까지 실천하면 자가치유의 효과는 훨씬 더 증폭된다.
상황이 주는 자극에서 오는 생각과 감정 모두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내 안에서 일어난다고 해서 무조건 다 대응해야 하는 건 아니다.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은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건 가만히 흘려보내는 태도가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확실한 비법이다.
내 생각은 내 생각이 아니며, 내게 일어난 상황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감내할 필요는 없다. 문제가 생겼다면 그에 합당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보면 된다. 괜히 쓸데없이 감정에 휩쓸리며 연민에 빠질 필요는 없다. 감정에 빠지는 건 일종의 중독 증상이다. 마주한 상황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건 인간 내면에 탑재된 시스템에 의한 반사작용일 뿐이다.
우린 본성에 따르지 않을 자유의지가 있다. 본성은 살아서 죽을 때까지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인간을 도와주는 요긴한 장치이긴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본성은 일종의 로봇과도 같아서 각자 처한 현실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까지는 없다. 단지 A가 일어나면 B라는 대처를 하게끔 형성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세상이 복잡해진 만큼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것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하기 위해선 귀찮더라도 필요 이상의 자체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나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나 자신을 적절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원하는 인생의 방향에 맞게,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최소한 괴롭지는 않게끔이라도 통제할 필요가 있다. 나를 통제한다는 건, 나를 내 마음대로 쥐락펴락 하는 게 아니다. 나를 멋대로 통제하는 것들로부터 더 이상 통제당하지 않는 것이 비로소 나 자신을 통제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