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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Dec 02. 2023

손해보지 않으려 애쓸수록 호구 잡힌다

어떡해서든 손해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운명


물건을 살 때 어떡해서든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재밌는 건 제값을 지불하기 싫은 마음에 이것저것 조사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바가지를 씌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어떡해서든 손해보지 않으려는 옹졸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목격할 때마다 정말 인생은 평소에 생각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는 마법의 세계라는 걸 느낀다. 생각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의 개념은 정확히 모르지만, '손해'가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속에 손해 보기 싫은 마음이 가득 들어차 있는 사람일수록 인생에 수많은 손해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손해 보기 싫은 마음이 유독 강한 사람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손해를 보기 위해서 제 발로 뛰어드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상대방의 수고를 인정할 생각이 없다.

단지 본인이 이득을 취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나머지, 남들의 입장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자신부터 살고 봐야 하는 사람처럼 굴게 되고 그만큼 비굴해진다.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 나름의 연구로 책정한 가격의 기준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다.

본인이 비싸면 그냥 비싼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덕이 쌓이고 운이 찾아올 리 없다.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내면에 가득 차 있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자연스럽게 놓이기 마련이다. 그런 대표적인 상황 중 하나가 바로 '필요하진 않지만 원하는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내면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이 갖고 있다는 이유로 뭔가를 사고 싶다는 욕망의 늪에 빠지게 되면 어떤 할인을 받게 되더라도 이미 큰 손해를 보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일단 시간적인 손해를 보기 시작할 것이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사람은 싼값에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느라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본인이 원하는 것을 사들이기 전까지는 평소에 얼마나 쓰일지, 과연 본인에게 필요한 물건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다. 


재밌는 건 자신들이 무슨 전문가도 아니건만, 알아보기만 하면 무조건 최저가로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근거없는 믿음 덕분에 시간을 필요 이상으로 무리하게 투자하게 된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소중한 시간을 헐값에 내주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오늘에만 느낄 수 있는 행복과 일상의 다채로움을 모두 놓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또 그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된다. 남들보다 얼마를 싸게 사든지 간에 그다지 필요도 없는 물건을 자기 생활 반경 안에 들인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런 낭비가 낭비에서 끝이 나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낭비들은 쌓이고 쌓여서 커다란 불행으로 돌아온다. 


필요하진 않지만 원하는 물건을 사는 버릇이 커다란 손해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언가를 갖고 싶은 욕망이 충족되면 될수록 더 큰 욕망으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욕망은 채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건 무슨 수학 공식처럼 조건이 성립되면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런 단순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당장에 원하는 물건을 가지게 되면, '뭔가가 해결될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 


원하는 물건을 사들일 때 느끼는 감정은 '그 물건을 가져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그건 물건을 소유한 사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감정이다. 원하는 것을 가진다고 해서 결코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

 

어떤 것을 가지게 되면 일어나는 감정에 의해 잠시 잊혀졌던 소비욕구는 이내 덩치가 더 커져서 다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채워지지도 않을 욕망에 휘둘려 불필요한 소비를 끊임없이 되풀이하게 되니 아무리 돈을 벌어도 남는 게 없는 것이다.


경제력은 그렇게 망가지기 시작한다.


사실 손해를 자주 보는 사람들은 생각과 욕망의 술수에서부터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매번 사고 후회하고를 반복하는 것뿐이다.


그들은 그들이 욕망하는 것들이 실은 본인에게 그다지 필요 없다는 진실을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때문에 손해 보지 않으려는 옹졸한 심리가 일어나는 게 어찌 보면 내면에 들어 있는 죄책감을 그나마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한 걸지도 모른다.


정말 그 '물건'이 갖고 싶어서 소비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원하는 것을 가짐으로써 '뭔가를 채우거나 뭔가를 회피하기 위해서'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 효율성을 현명하게 따져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쿨거래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애초부터 정말 본인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을 사들이는 것이니, 조금 비싸게 주든 운이 좋아서 싸게 사든 별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그만큼 물건을 사들이는 필드와 경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비싸게 사기도 힘들다. 물론 바가지 씌이는 일도 잘 없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며 건강한 마인드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들이 똑똑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인생 자체가 맑고 밝기 때문에 소비패턴의 질이 극적으로 다른 것뿐이다.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결코 나쁜 건 아니지만, 그런 게 내면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사람일수록 인생을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마음가짐이 바뀔 수 있으며, 똑같은 것이라도 매번 색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고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손해보지 않으려는 것과

효율적인 소비를 하려는 것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다.


둘의 차이를 분명히 알아야 바가지를 피할 수 있고, 새는 돈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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