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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Dec 09. 2023

남과 비교하는 게 꼭 나쁘기만 한 걸까

비교하는 마음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1kg와 1dB을 비교할 수 있을까

1kg와 1dB은 단위자체가 다르다. 앞에 붙은 숫자는 같을지라도 이렇게 단위가 달라지면 정확히 비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뿐더러 의미도 없다.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일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남들의 눈에 비치는 '하늘색'과 내 눈에 비치는 '하늘색'이 같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유체이탈이라도 해서 상대방의 몸 속에 들어가보지 않는 이상 말이다.


사람이 끊임없는 비교를 하는 건 '생각'이 그런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생각은 욕심이 많다. 생각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생각은 의도가 없고 목표도 없다. 그냥 일어나고 사라지는 게 생각이다. 생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비교하는 게 안 좋은 이유는 오늘이라는 선물을 알아보지 못하고,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마음을 낭비하며 오늘 해야 할 일 또는 오늘 할 수 있었던 일을 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불가능한 저울질을 마음 속으로 열중하는 건 생명이라는 연료로 자신의 인생을 갉아먹는 것과 같은 일이다.




비교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비교도 써먹기 나름이다. 진짜 나쁜 건, 마음의 저울질로 얻은 결과를 놓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판단하기 좋아하는 생각이다. 바로 그 생각이 언제나 문제를 만들어 낸다.


'차이'는 죄가 없다. 차이를 기준 삼아 너와 나의 '급'을 매기는 어리석고 나약한 생각이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는 것이다.


자기사랑이 부족하면 시선이 외딴곳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잘 생각해 보면 비교하는 마음은 비교 자체에서 오는 게 아니다. 그 뿌리는 생각보다 깊은 곳에 있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건 본인의 자유이지만, 그런 마음에 얽매이는 건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랑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같은 인간이라는 이유로 나와 저울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은 애초부터 나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가 없는 것이 그들은 나와 살아가는 세상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야 할 곳은 생각이 아니라 현재라는 무대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생각이라는 가상현실 속에 갇힐 때마다 끊임없이 알아차리고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과 직접적으로 맞닿는 실제 외부적인 행동을 하며 오늘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다.


우린 생각이라는 꿈 속에서 헤매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 게 아니다. 현실을 살아내고자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한복판에 들어와서도 비교라는 그 자극적인 상상 속 연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그건 일종의 몽유병 환자와 다름이 없다. 




인간이 지니고 있는 모든 능력은 필요에 의해서 창조된 것이다. 차이에서 오는 간극만큼이나 자신 혹은 남들을 깎아내리지만 않는다면, 비교는 가능성과 발전성을 짚어볼 수 있는 훌륭한 지표가 된다.


근데 그런 비교하는 마음이 사람을 좀먹는 이유는 '과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경우 비교하는 마음은 정도를 모르고 한 사람을 좀먹을 때까지 덩치가 불어난다.


사람이 남과 자신을 한 번 비교하기 시작하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푹 빠지게 되는 이유는 일단 자체부터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정신적 활동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거나 몰두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지 않고서는 생각이 옭아매는 족쇄로부터 벗어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외부행동이 중요하다. 생각을 내려놔야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뭘 해야만 생각을 내려놓을 수가 있는 것이다.


생각은 의도가 없기 때문에 생각이라는 도구를 잘만 활용하면 사람은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고 생각이 활개 치도록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놔두기만 한다면, 생각의 노예가 되어 이리저리 휩쓸리며 정처없이 떠도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삶도 뭐 나쁘진 않다만, 그래도 이왕 살아가는 거 보다 나답게 그리고 후회없는 인생을 사는 게 현생을 살아가는 축복을 거머쥔 자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특권이 아닐까.


중요한 건 우리에겐 항상 선택권이 있다는 점이다. 그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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