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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Dec 10. 2023

집구석에 들어가면 집안일부터 빠딱빠딱하는 이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빨리 하고 치우는 게


세탁기 돌리기, 빨래 널기, 빨래 개기, 식기세척기 그릇 정리하기, 로봇청소기 먼지통 비우기, 쓰레기통 비우기, 잔설거지 등등 집안일은 눈에 띄는 대로 바로 하는 편이다.


나도 한 명의 게을러 빠진 인간이지만, 웬만하면 할 수 있을 때 후다닥 해버리려고 습관을 들이고자 노력한다. 당장 끝내지 못하는 것들은 나중에 할 수밖에 없게끔 세팅한다.


이를테면 글을 쓰기 전에 세탁기를 미리 돌려놓는다거나, 나중에 까먹지 않도록 분리수거함을 현관에 갖다 놓고 할 일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할 수밖에 없게끔 환경을 만들어놓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나를 지켜보는 일은 나름 재미도 있다.


분리수거, 설거지, 빨래 솔직히 다 귀찮다. 하지만 보람은 있다. 집안일을 해놓고 나면 아내가 편하게 쉴 수도 있고, 아내의 마음이 편안할수록 내 마음의 평화도 안정적인 텐션을 유지할 수 있다. 아내에게 점수를 따는 것도 좋지만, 내가 얻게 되는 안정감이 집안일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가장 궁극적인 보상이다.


아내에게 뭘 바라거나 쓸데없는 기대를 하진 않는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내는 서로 역할을 정한 것도 아닌데 자기보다 먼저 잡일을 처리하는 내게 항상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어쨌거나 난 집안일을 할 때마다 '눈에 띄는 일 미루지 않고 해 버리기'를 매일 연습한다고 여긴다. 어렵지도 않은 집안일을 하면서 이렇게 자기신뢰를 쌓을 수 있는 건 오히려 감사할 일이라고 여긴다.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잠깐이면 처리할 수 있는 집안일들을 미루면 당장엔 몸이 편한 것 같아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그런 것들이 마음에 남아 있으면 알게 모르게 생각들이 자꾸 엉뚱한 곳으로 가서 눈앞에 놓인 중요한 일들에 집중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집에 들어가자마자 숨도 안 쉬고 이것저것 후딱후딱 처리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난 그리 깔끔하지도, 야무진 편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 단점들을 보완하고자 아예 치울 게 없게끔 주변 환경을 조성한다. 내가 자는 방에는 책상과 침대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회사에서 일할 땐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된 문서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치워버린다.


생각이 산으로 가든 바다로 꺼지든 자유이지만, 아무래도 생각이 다른 곳에 있으면 '지금'이라는 순간을 놓치게 된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마음이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면 행복과는 점점 멀어진다. 그리고 일 같지도 않은 하찮은 일 때문에 정작 집중해야 할 중요한 일을 망치게 되는 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다.


작은 일, 큰 일 구분 없이 모든 일은 행복과 직결된다고 본다. 그래서 난 중요한 일이 아닐수록 빨리 처리해 버리거나, 최소한 눈에 띄지 않게라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잡일이라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마음의 평화와 성과의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인생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복잡한 것들이 아니라 오히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단순한 것들이라는 걸 세월이 흐를수록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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