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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Dec 12. 2023

더 이상 뒷자리에 앉지 않기로 했다

내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자세로


원래 난 어딜 가든 보통 뒷자리에 앉았다. 중간은 어중간했고 앞쪽에 앉는 건 부담스러웠다. 앞에서 떠드는 사람이 뭔 얘기를 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고 집중도 되지 않았지만, 뒤에 앉는 건 아무 생각 없이 편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땐 내가 소심해서 그런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대한 눈을 뜨기 전까지는 앞자리에 앉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독서를 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주도권은 오로지 내게 있다는 걸 깨닫고 삶의 모든 것을 직접 통제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뒷자리에 앉아본 적이 없다. 어딜 가든 가장 앞자리에 앉아 이 시간, 이곳에서 뽑아낼 수 있는 단물이란 단물은 다 뽑아내겠다는 마인드로 임했다.


알고 보니 난 소심한 편도 아니었고, 오히려 사람들의 주목을 갈망하는 사람이었다. 일전에 어딜 가도 내빼기만 했던 이유를 지금 떠올려보면 애초에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리 위치가 사람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자리에 앉는 건 어느 정도의 적극성과 결부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 자리에 온 데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앞쪽에 앉는 경향이 있었다.


일단 이곳에 오기로 했지만 뭔가 내키지 않거나 본인 선택에 대한 불신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뒤쪽에 앉았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중간에 자리가 텅 비어 있는데도 굳이 뒤쪽에 가서 앉는 사람들의 눈은 그리 빛나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직접 하기로 한 일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앞장서고 싶다. 내 일은 스스로 책임지고 싶다. 관심이 가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는 건 기본값이라고 생각한다.


남보다 잘하는 게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능력을 나 자신에게 내보이고 싶다. 남들의 관심을 얻는 것도 꽤 매력 있지만, 스스로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살다 보니 언제나 어딜 가도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내 선택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싶었다. 애매모호한 사람이 되기 싫었다. 


내 생각도 언제나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모든 게 결국 경험이라고 생각하니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었다. 당장의 틀림은 내 인생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는 극히 사소한 일이었다. 삶의 모든 선택은 커다란 범주에서 하나의 정답으로 향하는 단순한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내 시력이 떨어진 것도 되도록이면 앞자리에 앉아 적극적인 자세로 살아가라는 일종의 표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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