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이 향하는 그곳

나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존재다

by 달보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아버지에게 책 읽으라는 잔소리를 들어도 페이지 한 장 넘겨보지 않았다. 책은 내 인생과 관련 없는 물건이라고 인식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군생활 중 말년에 할 게 없어서 운동을 먼저 시작했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매주 책을 싣고 초소를 찾아오던 트럭에서 소설책 한 권을 빼들었다. 그렇게 소설책을 여러 권 읽다 보니 제목이 그럴싸해 보이는 자기계발서에 눈길이 가서 한 권 읽어봤다. 처음 자기계발서를 다 읽고 난 이후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재미없다'와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전부였다. 내면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나의 변화를 처음 느꼈던 순간은 나도 모르게 반응해버린 잠깐의 침묵이었다.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화를 하던 중에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대답하라'는 책 속의 구절이 생각나서 나도 한 템포 쉬었다가 대답을 한 적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 번의 필터링을 거치고 난 후의 발언'은 내가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마치 나의 경험치가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본능대로만 살아오던 내가 책에 실려있던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인해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체험했다. 그런 경험을 한 이후부터 난 미친 듯이 자기계발서를 쌓아놓고 읽기 시작했다. 그 순간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자리잡았고 나의 인격은 거의 180도 뒤집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책에 파묻혀 살고 있다.


책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전역 이후의 난 특별하고 보람찬 나날을 보냈었다. 쉴 틈 없이 연애하고, 하는 것마다 성과를 냈으며, 나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좋게 평가해주었다. 그만큼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없었다. 책은 그만큼 나의 자신감, 자존감을 단단하게 해 주었고 난 그 효과에 중독돼서 평생 책을 읽을 거라 다짐을 하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책만큼은 그 어떤 누구라도 추천하고 싶다. 그런 마음에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한동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하고 다녀봤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그냥 여태까지 살아왔던 대로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기 바빴다. 뭔가 변화를 시도하는 노력은 하기 귀찮아하고 관심조차 없었다. 덕분에 혼자서 좋은 것을 독차지하고 있는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책을 통해 나와 같이 본인의 성장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나도 예전에는 책을 통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나고, 책이 내 인생을 변하게 해 주었다고 믿었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책은 그저 참고서일 뿐이었다. 진정 나를 변화시킨 건 그 수많은 책들의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내 생각의 균열을 일으키고 재정의하는 과정을 겪어낸 나 자신이었다. 그러니 그동안 남들 놀 시간에 독서를 꾸준히 해온 본인 자신을 칭찬해주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무리 책이 좋아도 책 속엔 '길'까지만 있다. 그 길의 종착지는 언제나 나 자신이며 본인 인생의 모든 정답은 결국 자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라는 것. 이것이 내가 그동안의 독서경험을 통해 알게 된 대단히 높은 가치의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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