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삶의 농도는 옅어진다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매일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하지만 난 그게 착각일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도 사람마다 쓰임새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사회는 스마트폰이라는 기계가 아주 시간을 잘 잡아먹는다. 본인의 체력을 위해 1시간 운동하는 사람과, 본인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1시간 유튜브를 보는 사람은 똑같은 60분을 보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을 오래도록 보내는 게 삶, 가치 있는 시간을 짧게 살아가는 삶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 난 둘 중 선택하라면 후자를 고를 것 같다. 죽음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진 모르지만 이왕 태어난 거 뜻깊은 삶을 살아가고 싶은 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이다.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평균수명은 현저히 늘어났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우리보다 짧게 살아간 이들의 가르침을 얻으며 살아간다. 현대 문명은 전례 없는 발전을 이루었지만, 사람들은 그런 시스템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어 기본적인 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진화의 과정을 밟는 건지 퇴화의 과정을 밟는 건지 모르겠다. 인간의 상식대로라면 살아가는 세월이 길어지는 만큼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여기겠지만 실제론 남들의 생활을 시기질투하며 공허한 집착에 매달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수명이 길어진다는 건 하나의 축복이자 저주이며, 인간이 스스로의 운명을 거스르는 대가일지도 모르겠다.
역사를 좋아하진 않지만 옛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과거의 위인들 중에는 이미 어린 나이에 여러 가지 업적을 이루어낸 인물들이 많다. 그런 이야기를 발견할 때면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요즘은 왠지 그런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현대기술은 예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으나 정작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은 예전만큼 못한 것 같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세상은 상식범위를 벗어난 제도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요즘이라고 해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욱더 기상천외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은 나날이 늘어만 간다.
현대의학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다고 하는 게 마냥 좋은 건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그것이 인간의 삶을 부풀리기만 할 뿐, 그 이상의 가치는 점점 떨어뜨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죽음이 있기에 삶은 살만한 가치가 더욱더 깊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죽음을 당연한 일이 아니라 아주 나쁜 일이라고 여기고 있다. 죽음을 자연의 섭리로써 받아들이는 사람의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다를까. 사람들은 도덕과 윤리를 지키며 인간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그 인간답다는 건 어떤 게 인간다운 것인지 갈수록 헷갈린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을 인간답다고 추켜세우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것이 진정 인간다운 걸지도. 나도 한 명의 사람이지만 참 인간이란 알 수 없는 존재다. 아마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