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보 Dec 30. 2023

할 일을 미루지 않게 되는 오늘의 생각법

내일이라는 기회는 오지 않는다


난 하루의 기준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날이 가면 가고, 오면 오겠지 하고 생각하며 살았다. 오늘이 끝나면 내일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기다리고 바라던 순간들은 수많은 내일들이 지나야 비로소 닿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부터는 나 자신을 포함해 세상 모든 것들을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의 기준을 태양의 주기에 맞춰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를 기준으로 정의하는 '하루'의 개념은 뭔가 불완전했다.


명확한 구분점을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 세상이 어두워지긴 하나, 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해가 뜨면 온 세상이 밝아지지만, 없던 해가 새로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해 뜰 때 일하고, 해 질 때 자야 하는 건 자연의 섭리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가 진다고 해서 갑자기 잠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며 해가 뜬다고 해서 벌떡 일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인간의 신체는 끊임없이 세포의 죽음과 탄생을 번복하며 또 다른 일상을 준비한다.


보통은 

"오늘 하루도 끝나가네."

"내일은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자."

라고 하지만,


'하루'는 시작한 적도 없고 끝나지도 않는다. 


실상이 이러한데 감히 시간의 간극에 명확한 선을 그을 수 있는 존재가, 또 그러한 기준이 있기나 한 걸까.




하루에 대하여 곱씹어 볼수록 '삶 전체가 유일한 하루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한 명의 인생을 구분 짓는 가장 현실적인 기준이 탄생과 죽음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굳이'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본다. 세계는 절대적인 시간을 기준으로 똑같이 돌아가는 것 같지만, 상황에 따라 달리 체감되는 시간의 '양과 질'을 감안하면 절대적 시간이라는 것의 여부도 의심해 볼 만하다.


하루의 범위를 태양을 기준 삼아 오늘과 내일로 가른다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기엔 수월하다. 그러나 그러한 틀에 너무 익숙해지면 오늘에 충실하긴 어렵다.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염두에 두는 건 뭔가 계획적이고 잘 사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내일도 있다'는 그 생각이 바로 오늘이라는 무대를 보다 더 좁게 인식하게 되는 원흉이기 때문이다.


오늘과 내일에 점 하나를 찍어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하고 싶겠지만, 그 구분점을 핑계삼아 해야 할 일을 '다음'으로 밀어내고 싶겠지만, 아쉽게도 내일은 '또 다른 기회'가 되어주지 않는다.


오늘도 과거엔 내일이었다.


만약 하고자 하는 일을 당장 하지 않는 이유가 '내일'이라는 믿음에 기인하는 거라면, 그냥 하지 않겠다는 것과도 같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거나, 스스로 변화를 도모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보는 게 옳다.


오늘이라는 축복을 최대한으로 누리는 방법은 오늘에 사는 것뿐이다. 보통 마음이 괴로운 근본적인 이유가 몸과 마음이 떨어져서 그렇다. 몸은 이 바닥에 붙어 있는데, 자유분방한 마음은 주인의 망상에 따라 애먼 곳에 가닿아 있기 때문이다. 있을 곳에 있지 않고 엉뚱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태어나 죽기 전까지의 삶 자체를 하루라고 여기면 뭔가를 미루기가 힘들어진다. 하루의 끝엔 내일이 아니라 죽음이 기다리고 있으니 미룰 만한 여지가 없는 것이다.


죽음을 인식할수록 오늘에 더욱 충실하게 된다는 말이 점점 더 이해가 간다.


요는 하루의 기준을 달리 정의하는 것만으로도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꽤나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있을 거라는, 그리고 내일은 오늘이 끝나면 다가올 거라는 관념을 내려놓고 극복할 수만 있다면, 비로소 '과업'을 할 수 있는 건 오직 '오늘의 지금'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라고 믿는다.


오늘은 끝나지 않는다.

고로 내일도 오지 않는다.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순간은 '순간'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는 나의 하늘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