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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Dec 28. 2023

아버지는 나의 하늘이었다

눈물이 없는 내가 눈물이 나오는 2가지 상황


난 평소에 눈물이 정말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난날들을 돌이켜 보면 눈물이 나오는 상황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1. 여자친구랑 헤어졌을 때

스무 살 이후로 결혼하기까지 6번의 연애동안 헤어질 때마다 다 한 번씩은 울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만나는 사람마다 순진하리만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만큼 최선을 다했어서 그런 건지도.


2. 아버지와 얽힌 슬픈 이야기

웬만한 슬픈 이야기는 감흥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여태 장례식을 가도 눈물은커녕 슬픈 감정조차 잘 느끼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내가 유독 눈물을 잘 흘리는 상황이 있다면, 아버지와 관련된 드라마나 영화를 접했을 때다.


이를테면 영화 '국제시장'같은 걸 볼 때.




어릴 땐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아들은 엄마를 더 좋아한다던데, 유독 난 아버지를 특히나 사랑했다. 사랑받았던 기억도 나지 않으면서 말이다.


아버지는 나의 하늘이었다.


근데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는 하늘이 아니라, 하늘 같아 보이는 그림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괴로웠다. 마음 한 구석에 구멍이 난 것처럼 말이다.


독서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깨우칠수록 시야는 넓어졌지만, 아버지의 보이지 않는 그늘은 보다 상세히 눈에 들어왔다.


적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마음에 스치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이유를 여전히 잘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이미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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