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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an 02. 2024

새해목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새해다짐이 이루어지지 않는 2가지 이유


얼마 전 지인이 운영하는 미라클모닝 오픈채팅방에 들어갔었다. 각자 일어나고자 목표한 시간에 일어나 새벽기상 인증사진과 어떤 일을 했는지 공유하며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 공간이었다.


모임방 주제에 맞게 오전 일찍 인증하는 글이 올라올 때 말곤 별다른 대화 없이 조용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며칠 전부터 수십 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알고 보니 새해를 맞이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려 하는 사람들이 의지를 돋구고자 찾아오는 것이었다.


한 해가 넘어가는 시점에 새해다짐 같은 걸 많이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하지만 50명이 있든 100명이 있든 에너지 총량의 법칙을 불방케 하는 것처럼 개인목표를 인증하는 사람은 전체 인원의 10%도 되지 않았다.


'새해를 맞이하여~', '저도 새해부터는~'이라고 시작했던 사람들은 종적을 감추었다. 아마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나갈 것이고, 원래부터 하던 사람들이 남게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항상 그래왔듯이.


사람들은 습관 만드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하는 걸 보면 쉬운 것만 건드리는 경향이 있다.


기존 행동패턴에 변화를 주거나 실천하는 방법에 집중하기 보다는 마음가짐을 굳게 먹고, 계획을 탄탄하게 잡는다. 만다라트 계획표를 짜고, 자기계발 단톡방, 동기부여 단톡방, 미라클모닝 단톡방을 참여한다. 그러면서 '뭔가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전보단 나을 거라는 기대감을 품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보다 쉽고 할 만한 것들만 찾아서 한 것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한 해가 넘어가고 새로운 해가 다가오면 꼭 뭔가를 굳게 다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호기롭게 외치는 새해다짐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새해다짐'이라서 그렇다

사람들은 새해가 다가오면 알아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주변 사람들도 각자 계획을 세우고 만다라트를 짜는 등 분위기의 영향도 무시 못한다.


'올 한 해는 아쉬웠지만, 새해부터는 다시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호기롭게 전과 다른 일상을 자신한다. 그러나 그런 새해다짐이 실패하는 이유가 새해를 기념으로 하는 다짐이라서 그렇다는 점은 감안하지 못한다.


뭔가를 하는 데 있어서 특별한 이유를 덧댈수록 오히려 지속성을 유지할 확률은 떨어진다. 그 이유는 바로 안 하던 행동을 이끌어 내는 요인이 '흔하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1월 1일의 기운을 빌어 한 두번은 목표에 맞는 행동을 시작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1년 중 1월 1일은 하루뿐이다. 하루 이틀이 넘어가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면, 금세 이전으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새해 첫날 만큼의 자극이 없어서 그렇다.


특정 행동을 일으키는 트리거가 새해 첫 날 같이 금세 소비되는 거라면 뭘 해도 꾸준히 하는 건 힘들다.


이쯤 포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의 의지를 탓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의지는 죄가 없다. 본인이 꾸준하지 못한 이유가 '의지부족에 기인한다는 생각'이 포기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습관은 의지가 아니라 행동의 누적으로 이루어진다. 마음 내려놓고 별 생각없이 하기로 했던 것을 실천하다 보면 있다가도 없는 것이 의지다. 그런 의지에 의지했다간, 의지의 속성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다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기 쉽다.


습관을 형성하는데 몇 번 성공하게 되면 '동기부여'같은 건 그다지 필요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냥 하는 것'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 깨닫게 된다.


새해 다짐이 거대한 풍선이라면, 작은 행동은 모래알 만한 돌멩이다. 풍선이 아무리 거대하다 한들 돌멩이 하나를 이길 재간은 없다.




두 번째, '기대'하기 때문에 그렇다

사람들은 12월 31일이나 1월 1일 같은 날을 특별하게 여긴다. 그만큼 새해다짐도 평소와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새해를 맞아 세우는 계획들은 다른 날에 비해 뭔가 다를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남몰래 품곤 한다.


애초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건 어렵고 힘들다. 가령 새벽 1,2시에 자던 사람이 새해다짐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하루아침에 6시에 일어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기대하고 바라는 것도 일종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다. 본인에게 적합한 일찍 일어나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해 보는 것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괜히 마음만 부풀리는 건, 스스로 집중력을 무너뜨리는 일과도 같다.


몸에 쌓인 버릇이나 머릿속의 관념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마음이 살짝 들뜬다고 해서 뭐가 이루어지진 않는다. 그게 쉽게 될 것 같았으면 습관형성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새해를 맞아 다짐한 것이라는 이유로 쓸데없이 힘만 더 싣게 된다면, 고삐가 풀리는 순간 이전처럼 금세 풀어지고 말 것이다.




새해다짐이 의미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새해'란 실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건 원래부터 없었다. 새해는 사람들이 마음으로써 특별하게 여기는 기점일 뿐, 실상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일출을 바라보며 계획을 세우고, 포부를 가지고, 밝은 미래를 상상한다. 하지만 그간 해오던 방식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새해목표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이유다.


차로 몇 시간씩 이동해서 수많은 사람들과 섞여 새로운 해가 뜨는 장면을 포착하는 사람보다, 그 시간에 어제와 다름 없는 일과로 평범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바라던 뜻을 이루게 될 확률은 더 높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거창한 일이라도 한 걸음씩 나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어느 정도 관성의 흐름을 타기 전까지는 작은 행동과 무던한 마음을 바탕으로 조금씩 해나가는 게 원하는 목표로 다가가는 데는 더없이 좋은 전략이다.


모든 장치와 시스템은 '작은 행동'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


동기부여가 필요하겠지만, 사실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그 생각이 어떤 습관을 형성하거나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선 가장 방해가 되는 관념이다.


뭘 하는 데 있어서 동기부여나 의지는 필요없다. 그냥 하면 된다. 처음부터 '이유'를 따지지 않았으면 굳이 새해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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