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함부로 판단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가끔 사람들은 내 손가락을 보며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고생 전혀 안 한 티가 나네."
그런 말을 들어도 딱히 대응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항상 생각한다.
'대체 무슨 근거로?'
나도 손가락에 주름이 많을수록, 굳은살이 돋보일수록 뭘 열심히 한 흔적이라고 생각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그 반대의 경우까지 증명하는 기준까지 될 순 없다고 본다.
고생의 흔적이 꼭 손에만 새겨지는 건 아니니까.
경험상 대부분 기성세대들이 내게 그런 말을 자주 건넸다. 덕분에 어릴 땐 하늘만 같던 어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편협해 보였고, 한때는 그들을 편견덩어리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근데 그들이 유독 못나 보였던 건, 그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고 싶지 않은 모습'이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알고 보면 손가락 하나로 함부로 남을 판단하는 습성이 내게 없는 건 아니었다.
남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은 하지만, 그런 노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증명'이 되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닐까. 훌륭한 어른이 되는 것도 터무니없는 소리같이 여겨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자유 정도는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갑갑하지만, 인생이 살 만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