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꾸준히 글을 쓰지 못할까'라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

by 달보


처음부터 뭔가를 꾸준히 하려는 건 사실 욕심에 가깝다. 아직 습관도 없는데 무작정 꾸준하겠다며 애를 쓰는 건, 오히려 꾸준함은커녕 포기하게 되는 수순을 밟는 것과도 같다.


꾸준함의 관건은 오늘의 작은 행동이지, 꾸준하고자 하는 생각이 아니다.


생각의 지휘 하에 행동이 따른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뭔가를 습관으로 들여본 사람들은 그게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관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움직임은 더디게 되고, 좋은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법이다.


동기부여를 받고 의지가 생겨야 뭘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천과 의지는 아무 관계도 없다. 오히려 의지에 기댈수록 행동하지 않게 된다.


의지를 탓하는 건 핑계에 가깝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의지가 생길 때까지의 '텀'을 즐긴다. 편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편하면 실제 의지가 생겨도 얼렁뚱땅 넘어가 도돌이표를 찍고도 모른척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예컨대 공부의지를 돋우기 위해 동기부여 영상을 보려 했다가, 알고리즘의 파도에 휩쓸려 시간을 흘리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해야 하는 건 한 줄이라도 아무 글이나 써 보는 것인데, 별 도움도 되지 않는 '글쓰기 잘하는 법'같은 영상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을 허비해 놓고 반성이라도 하면 다행인데, '그래도 뭔가를 했다'라는 착각에 빠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악순환이다.


불편하고 머리 아픈 것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직시하지 못하면, '게을러서', '체력이 약해서', '의지가 없어서', '할 줄 몰라서'와 같은 생각이 만들어 내는 생각에 의해 갖은 기회와 가능성이 소멸된다.


특히 난 글쓰기만큼은 할 수 있을 때 꼭 해야 한다고 여기는 편이다. 오늘 쓰지 않으면 오늘만 쓸 수 있었던 글은 영영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이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려 하는 이유다.


글쓰기 습관을 들이기 위함, 작가가 되고자 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포함해 '오늘 쓰지 않으면 오늘 쓸 수 있었던 글은 다신 쓸 수 없다'라는 믿음은 게으른 나를 기꺼이 움직이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이다.




인간의 상태는 수시로 변한다.


갖가지 핑계를 보유하고, 모든 상황을 그럴듯하게 합리화시킬 수 있는 창조력까지 지닌 '생각'은 아쉽게도 내 편이 아니다. 그리 막강한 힘을 지닌 생각을 웬만한 사춘기 청소년보다 기복이 더 심한 '의지' 하나만으로 이겨내기엔 역부족이다.


고로 꾸준함을 취하고 싶다면 환경설정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쓰기가 잘 되지 않는다며 '글감 찾는 법', '아무도 모르는 글쓰기의 비밀', '월 천만 원 벌어다 주는 글쓰기 노하우'같은 영상을 찾아볼 게 아니라, 와이파이를 끊는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잠 들 게 아니라, 컴퓨터 바탕화면에 메모장을 켜 두고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이어서 쓸 수 있게끔 한 단어나 한 문장이라도 적어 놓고 잠을 청하는 것처럼.


퇴근 후 저녁 먹고 씻고 유튜브 보다가 인스타 보다가 잘 시간 다 돼서야 겨우 글쓰기를 할까 말까 하는 게 아니라, 퇴근하면 단 5분만이라도 글쓰기부터 먼저 끝내고 보는 루틴을 계획해 보는 것처럼.


글쓰기가 익숙하지도 않은데 갑자기 글을 써 보겠다며 무턱대고 덤빌 게 아니라, 부담 없이 쓸 수 있을 만한 소재나 글감을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꺼내볼 수 있는 나와의 카톡방 같은 곳에다가 조금씩이라도 모아두는 것처럼.




생각은 나를 향해 다가오는 인연 같은 게 아니다. 내 앞을 무심히 지나치는 나그네와도 같다. 그런 생각에 휘둘리거나 매달리면 본인만 손해다. 아무 생각 없는 생각은 그저 가던 길을 갈 뿐이다.


의지와 행동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아 보이지만, 행동과 의지는 별개의 영역이다. 행동의 여부는 의지가 아닌 사소한 행동에 기인한다. 달리 말해 유의미한 행동은 작은 행동이 일궈내는 것이다.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의지로써 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다 보니 하게 되는 것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걸 보면 의지라는 것도 아마, 생각이 만들어 내는 생각에 불과한 걸지도 모른다.


요는 글쓰기를 꾸준히 해 보고 싶다고 해서 '꾸준히 글을 써 봐야지'라는 생각은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을 꾸준히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차라리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는 게 낫다.


'오늘은 어떤 글을 써 볼까'


'어제 있었던 일을 가볍게 적어볼까'


'친구랑 다툰 이야기를 글로 풀어볼까'


'내 이야기나 한 번 써볼까'


'저번에 쓰던 글 마무리 지어볼까'


'일단 아무거나 한 줄만 써 볼까'




살다 보니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간절히 찾고자 하는 답일수록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했던 지점에 그 답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대부분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엉뚱한 곳은 일단 뭐라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닿게 될 때가 많았다.


심리, 인문학, 에세이, 자기계발서를 탐독해도 풀리지 않던 인간관계 문제가 우연히 지나가다 발견한 동화책의 한 구절로 인해 단번에 해소되는 것처럼 말이다.


보통 위와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동화책을 읽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을 할 법도 하지만, 난 이전에 수많은 책들을 탐독했던 과정이 있었기에 동화책에 닿게 되고 나름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거라고 여기는 편이다.


그러니 글쓰기를 꾸준히 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일단 오늘부터 써라'


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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