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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지 않는 글을 공개하는 이유

필력이 부족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by 달보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같이 매일 비슷한 루틴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쓰고, 회사로 출근하고, 틈날 때 글을 쓰고, 퇴근하면 아내와 시간을 보내거나 자기 전에도 글을 조금 쓰다 잔다.


글쓰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 쓰면서 몰입하기 때문에 시간을 인지할 틈이 없다. 그 흔한 월요병도 내 세계관을 침투하진 못했다. 오늘이 금요일인지, 내일이 월요일인지 잘 모른다. 무슨 요일인지 자꾸 잊어 먹어서 폰 화면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내가 달력만큼은 위젯으로 달아놓을 정도다.


평일과 주말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 평일은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만큼 글을 덜 쓰고, 주말은 회사로 출근하지 않는 만큼 글을 좀 더 쓴다.


겉으로는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뻔한 일상 같아 보이지만, 실제 요즘의 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음을 감지한다. 이전에 쓰던 글을 이어서 쓰다 보면 그 잠깐 사이에 상태가 많이 변했다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된다.


불과 어제 썼던 글도 다시 읽어보면 별로인 경우가 정말 많았다. 거의 항상 그랬다.


나도 제한된 시간 안에서 쇼부를 봐야 하는 한 명의 인간이었던 관계로 '만족할 때까지 만질 것이냐', '이쯤 하고 내보낼 것이냐'중에서 매번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근데 부족하다는 이유로 만족을 하지 못하면, 어딘가가 고여서 썩을 것만 같았다. 끊임없이 글을 다듬기만 하면 아무리 글쓰기가 좋더라도 재미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현시점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글쓰기를 포기하는 것이었기에 그런 참사가 일어나는 것만큼은 될 수 있으면 피해 가야만 했다.


그런 이유로 여태 브런치에 발행했던 대부분의 글들은 사실 '애써' 마감을 찍은 것들이다. 만족스럽게 마무리를 지었던 글은 별로 없다는 점을 이 글을 빌어 고백한다. 그럼에도 부끄럼을 무릅쓰고 사람들에게 공개했던 이유는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였다.


고로 매일 글을 쓴다는 건 하루하루 나의 부족한 필력과 마주하는 고통을 감내한다는 것과도 같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쓰고 아리다. 하지만 그만큼 성장하는 것이라고 나를 다독이며 꾸준하게 써 나갈 힘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이렇게 글을 한 편씩 쓸 때마다 나의 병적인 완벽주의성향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걸 보면, 글쓰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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