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지만 계속 글을 쓰려는 이유
처음 글을 쓸 때는 내 안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나오길래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오늘은 직업에 관한 글을 써야지', '어릴 적 이야기를 한 번 써볼까' 이런 생각을 미리서 하지 않았음에도 일단 책상 의자에 앉기만 하면 희한하게도 예정에 없던 글이 써지곤 했다. 그 당시엔 그렇게 정신없이 글을 쓰는 것에만 몰두하느라 고치고 자시고 할 겨를도 생각도 없었다. 브런치 활동 초반에 발행한 글들은 거의 초고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모자람이 눈에 들어왔다. 혹은 더 좋은 글쓰기를 하고 싶은 욕망이 커졌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퇴고라는 단어가 뭔지도 몰랐던 내가 퇴고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간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고, 쓰고 있던 글을 고쳐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다듬어 갔다.
처음 쓴 글들이 아무리 만족스러웠어도,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고칠 만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고칠수록 더 많이 고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난 처음부터 '아무 글이나 써 보기'는 잘했던 것 같다. 요즘같이 글쓰기로 점철된 삶에 돌입하기 전부터도 편지 두 세장 정도는 가볍게 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고, 고치기도 하는 건 글쟁이가 되기로 결심하고서부터 해보는 낯선 활동이었다.
2023년 3월부터 브런치에 본격적으로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어언 1년 정도 되어간다. 사실 그래서 '전보다는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건 겸손하지 못한 생각이었다. 누군가의 댓글로 인해 혹은 우연찮은 계기로 인해 이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많았다. 나름 고치고 고쳤음에도 불구하고 고치고 싶은 부분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불과 지난달에 쓴 글조차도 썩 내키지 않았다.
'한없이 허무맹랑하다'
'읽는 사람은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까'
'왜 이렇게 글이 불친절하지'
'뜬구름 잡는 소리 투성이구나'
'참 부끄러운 글이다'
'살짝 재수 없어 보이기도 하네'
이런 생각들이 이전의 글을 보다 보면 떠올랐다. 가뜩이나 나의 필력이 부족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모자라다는 것을 나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느껴보게 되었다.
그런 생각도 든다.
어쩔 땐 짜임새 있고 탄탄하게 글을 쓰다가도, 어쩔 때는 모지리처럼 글을 쓰기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지난달에 우연히 재차 읽게 된 글이 하필이면 대충 흘겨 썼던 글을 골라 짚어서 읽은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분명 마음에 들지 않는 글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괜찮은 글이 한 두 편이라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분명 글을 쓰면서 성장했다고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막연하리만큼 갈 길이 멀다는 걸 조용히 받아들여본다. 전에 썼던 못난 글들이 한편으로는 반갑다. 그만큼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단 뜻이기도 하니까. 그 과정을 난 좋아하며 즐기고 있으니까.
부족함을 무릅쓰고 공개한 글들을 통해 반성을 하다 보니, 숱한 강의나 세간의 현자들이 남긴 기록보다도 짙은 가르침을 주는 건 내가 아로새겨진 '흔적'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쓰고, 또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