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멈출래야 멈출 수가 없는 이유
책을 여전히 사랑하지만, 독서는 예전만 못하다. 글쓰기가 일상에 들어찬 이후로 그렇게 됐다. 근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독서에 비해 글쓰기가 내게는 훨씬 더 이로운 활동이니까.
독서가 아무리 좋다 한들, 남의 생각을 접하게 되는 수동적인 행위를 초월하진 못한다고 본다. 책을 만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경험했다고 자부하는 내가 이런 언급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사실이다.
글쓰기는 나를 표현하는 일이다. 글쓰기를 두고 독서가 좋다고 하는 건, 글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장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선택하라면 책 읽을 시간에 일기라도 쓰는 게 나으니까.
글은 쓰면 쓸수록 좋다. 많이 쓸수록 내가 보인다. 부끄럽지만, 글쓰기를 막 시작할 때는 내가 글을 잘 쓰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예전의 글들은 내 이야기가 아니었다. 겉보기엔 그럴듯할지라도, 어설프게 알고 있던 것들을 조잡하게 조합한 것에 불과한 '내 안에 들어있던 남의 생각들'이었다.
그래서 난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일단 본인 안에 있는 가짜들부터 튀어나오기 시작할 거라고.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쓰다 보면, 깊은 곳에 꽁꽁 숨어 있던 자기 자신이 조금씩 드러나게 될 거라고.
그러다 보면 글쓰기는,
멈출래야 멈출 수가 없을 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