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인가

by 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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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물질은 각자만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 이를 좋다, 나쁘다 구분 짓는 건 인간의 특징이다. 어떻게 서든 본인의 입장에서 이래저래 경계를 짓는 게 에너지 보존 면에서는 효율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약 100년을 살아가는 세월 동안 마주할 수많은 상황들 앞에선 본인의 마음을 괴롭히는 원인이 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 심어져 있는 기준은 그보다 먼저 태어난 다른 사람들의 생각 덩어리일 뿐이다. 원래 내가 생각하는 기준도 아니었고, 애초에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개념이다. 이런 사실을 아예 모르고 계속 살아간다면 문제가 크게 되진 않겠지만, 혹여나 때늦은 시기에 깨달아버리면 그것만큼 후회되고 비참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본인의 생각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느냐고 따질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갖고 있는 지식을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인생을 떠올려보며 다시 사유해봐도 오류가 없어 보인다면 그런 것들을 하나둘씩 본인의 기준으로 만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상 내가 스스로의 의지를 지닌 채 검토하여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거친 생각들은 그렇지 않은 생각들과는 다른 힘을 지니게 된다. 그런 사람이 되면 주변에서부터 주관이 또렷하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학창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그 어린 시절에도 뭔가 친구들 중에 자기 생각이 또렷하고 소신 있어 보이는 애들은 남달라 보였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뭔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유독 눈길을 사로잡았다. 내 성향 탓도 있겠지만 실제로 너처럼 살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되느냐고 질문했던 적도 있다. 그러던 내가 이젠 주변에서 주관이 또렷한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이전에 주관이 또렷한 애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낀 건 사실이지만, 주관이 또렷한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보려고 했던 적은 없다. 단지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 그들 각자의 세계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 같은 것들을 간접 경험하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실제 나의 삶에서 그와 관련된 현상들을 목격하며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습관과 힘이 이전보다 많이 길러졌을 뿐이다.


많은 경험을 한다는 건 지혜를 담는 그릇이 넓어지는 것과 같다. 지혜가 늘어나면 본인만의 생각이라는 게 또렷해지고 주변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세상이 감춰놓은 현상 너머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생긴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런 것조차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저 하나의 의견이자 이야기가 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람들은 태어나자마자 금수저니, 흙수저니를 논하고 성장을 하면서도 성공과 실패로써 한 사람의 위대한 인생을 평가한다. 하지만 우린 모두 각자 저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알고 보면 우리 모두 단지 이 세상에 잠깐 머물다 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사소한 일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자. 그런 자잘한 것에 신경 쓰며 스스로를 갉아먹기엔 우리의 존재 자체가 너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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